"옷을 입으면 괜찮은데, 벗으면 제 몸이 아닌 것 같아요." 20킬로그램 넘게 감량한 뒤 찾아오신 분의 말이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냈는데 정작 거울 앞에서는 웃지 못한다. 지난 편에서 얼굴을 다뤘으니, 이번에는 몸에 남는 이야기를 하려 한다. 조금 더 불편하지만 훨씬 실용적인 이야기다.
"남는 것은 지방이 아니라 피부다"
많은 분들이 감량 후에도 남은 뱃살이나 팔뚝을 두고 "지방이 덜 빠졌다"고 생각하신다. 그래서 지방흡입을 문의하신다. 그런데 크게 감량한 분들에게서 실제로 남아 있는 것은 대개 지방이 아니라 피부다.
피부는 늘어날 때는 잘 늘어나지만 줄어들 때는 그만큼 돌아오지 않는다. 오래 늘어나 있던 피부일수록,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 안을 채우고 있던 지방이 빠지면 늘어난 피부만 남아 아래로 처진다. 여기에 지방흡입을 하면 남은 부피마저 줄어들어 오히려 더 늘어져 보인다. 지방흡입은 지방이 있을 때 쓰는 방법이고, 남는 것이 피부와 연조직이라면 잘라내는 수술, 즉 거상의 영역이다.
"부위마다 남는 방식이 다르다"
가장 흔한 곳은 배다. 배꼽 아래로 피부가 앞치마처럼 접히고, 접힌 곳에 습진이나 짓무름이 생기기도 한다. 출산을 겪은 분이라면 벌어진 복직근이 함께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피부를 잘라내면서 근막까지 조여주어야 배가 평평해진다. 남아 있는 이 조직은 보정속옷이나 레깅스로 잡아주지 않으면 걷거나 뛸 때 위아래로 출렁이면서 허리와 척추에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가슴은 부피와 처짐이 동시에 온다. 유방은 지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감량하면 볼륨이 줄고, 늘어난 피부만 남아 아래로 내려간다. 볼륨을 되찾고 싶은지 위치만 올리고 싶은지에 따라 거상만 할지, 보형물이나 자가지방이식을 함께 할지가 갈린다. 네 부위 중 판단이 가장 까다로운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수술은 겉모습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처진 조직의 무게 때문에 생긴 어깨와 목의 통증까지 함께 덜어준다.
팔과 허벅지는 조금 다르다. 위팔 안쪽과 허벅지 안쪽은 원래 피부가 얇고 탄력이 약해서 대량 감량 뒤 가장 확실하게 늘어지는 부위인데, 동시에 흉터가 비교적 눈에 띄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만 늘어짐이 그만큼 잘 보이던 곳이기에, 수술 뒤의 변화를 가장 확실하게 체감하는 부위도 여기다.
"흉터를 감수할 수 있는지가 첫 번째 질문이다"
분명히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다. 거상 수술은 늘어난 피부를 잘라내고 남은 피부를 당겨 붙이는 수술이다. 잘라낸 만큼 반드시 흉터가 남는다. 배는 속옷 선 안쪽에 보통 가로로, 가슴은 유륜 주변과 가슴 밑주름에, 필요하다면 그 둘을 잇는 수직 흉터가 더해진다. 팔은 옷의 소매 봉제선 안쪽을 따라 세로로, 허벅지는 바지 주름이나 사타구니 주름을 따라 남는다. 위치를 최대한 감출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첫 상담에서 늘 같은 질문을 드린다. 지금의 늘어짐과 앞으로 생길 흉터 중에 어느 쪽이 더 견디기 어려우시냐고. 이 질문에 스스로 답이 서지 않는 분께는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결과가 아무리 좋아도 흉터를 예상하지 못한 분은 만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결책 하나, 시기는 체중이 아니라 몸이 정한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언제 수술하면 되느냐는 것이다. 목표 체중에 완전히 도달한 뒤가 좋을지, 아니면 더는 좋아지지 않을 처짐이 확인된 시점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하신다.
원칙만 말씀드리면 기다리는 쪽이다. 체중이 아직 빠지고 있는 중에 잘라내면 남은 감량분만큼 피부가 다시 늘어져 애써 한 수술이 무색해진다. 그래서 체중이 크게 변하지 않는 상태로 최소 여섯 달, 가능하면 일 년 정도 유지된 뒤를 권한다. 비만치료제를 계속 맞고 계신 분이라면 용량이 안정되고 체중 곡선이 평평해진 시점이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 원칙이 늘 맞는 것은 아니다. 처진 살 자체가 감량을 가로막고 있는 경우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늘어진 조직이 많으면 걷거나 뛸 때 그 무게가 위아래로 출렁이면서 허리와 척추, 무릎에 그대로 부담이 실린다. 접힌 곳이 짓무르면 운동을 며칠씩 쉬게 된다. 운동의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이 떨어지면 감량도 정체된다. 기다리는 동안 관절은 상하고 체중은 줄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분들께는 순서를 바꾸시라고 말씀드린다. 아직 뺄 체중이 남아 있더라도 늘어진 조직을 먼저 덜어내면 통증이 줄고 움직임이 가벼워져, 그 뒤의 감량이 오히려 더 잘 된다. 관절과 척추를 덜 상하게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득이다.
결국 기준은 저울 위의 숫자가 아니라, 지금 처진 조직이 내 생활을 얼마나 붙잡고 있느냐다. 감량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다리는 일 자체가 손해가 되는 분이 있다. 이 판단은 혼자 하기 어려우니 애매하다 싶으면 함께 따져보시는 편이 낫다.
"해결책 둘, 몸이 수술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대량 감량 후의 몸은 겉보기와 달리 회복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식욕이 줄어든 상태로 몇 달에서 몇 년을 보내면 먹는 양의 총량 자체가 줄고, 단백질과 미량영양소가 함께 부족해지기 쉽다. 상처가 아무는 데 필요한 재료가 바로 그것들이다.
거상 수술은 절개가 길어서 상처 치유 문제와 장액종이 상대적으로 흔한 수술이다. 그래서 수술 전에 단백질과 혈색소, 알부민 같은 항목을 확인하고, 부족하면 채운 뒤에 날짜를 잡는다. 흡연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니코틴은 피부 가장자리로 가는 혈류를 줄여 상처가 벌어질 위험을 크게 높인다.
"반드시 말씀하셔야 할 한 가지"
수술을 앞두고 계신다면, 비만치료제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담당 의료진에게 꼭 알리셔야 한다. 이 약들은 위가 비워지는 속도를 늦춘다. 금식을 지켰더라도 위에 내용물이 남아 있을 수 있고, 전신마취 과정에서 그것이 폐로 넘어가면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023년에는 수술 전 약을 일괄적으로 중단하라는 권고가 나왔지만, 2024년 여러 학회가 함께 정리한 지침은 방향을 바꿨다. 대부분은 약을 유지해도 되고, 대신 위험이 높은 경우를 가려내자는 쪽이다. 용량을 올리고 있는 초기 몇 주이거나 메스꺼움과 구토 같은 증상이 있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며, 그럴 때는 수술 전 하루 정도 유동식을 하거나 초음파로 위 안을 확인하기도 한다. 환자가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알리지 않으면 판단할 기회조차 없다.
"몸에 남은 것은 실패의 흔적이 아니다"
늘어진 피부를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을 자주 뵙는다. 그런데 그것은 관리를 못 한 흔적이 아니라, 오랫동안 몸을 지탱해온 피부가 제 일을 해낸 결과이고 큰 감량을 실제로 이뤄냈다는 기록이다.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마무리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모두가 수술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늘어짐이 가벼우면 시간과 근력 운동, 피부 관리나 시술만으로도 상당히 정리된다. 다만 접힌 피부 때문에 피부염이 반복되고, 허리나 어깨에 통증이 생기고, 처진 살 때문에 반팔과 반바지를 못 입는 일이 매일의 스트레스가 되었다면 그때는 한 번쯤 상담을 받아보셔도 좋다. 두 편에 걸쳐 드리고 싶었던 말은 결국 하나다. 잘 빼는 것만큼 잘 마무리하는 것도 감량의 일부다.
<감수=고주영 아틀리에성형외과 원장 ·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외래교수>
<이미지 생성 = 챗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