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비용 급한 우크라이나…'성인물 합법화' 카드 꺼냈다

입력 2026-09-06 15:17
우크라 국민 7천900명, 온리팬스에서만 1천800억원 수입 "드론 3만대 구매할 세수 가능"


러시아와 4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성인물 산업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성인물 제작 등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 달리 성인물의 제작과 유통, 소지가 모두 불법이다. 관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최대 징역 7년 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법적 규제와 달리 현실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성인물 산업이 형성돼 있다. 일부 업체들은 부패한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성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세무당국이 성인물 제작자들을 상대로 세금 납부를 요구하면서 현행 제도의 모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성인물 제작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할 경우 스스로 불법 행위에 가담했다는 사실을 당국에 알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의회 재정위원장인 야로슬라우 젤레즈냐크 의원은 "세금을 내지 않으면 탈세 혐의로 처벌받고, 세금을 내면 성인물 관련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며 "희비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세무당국은 성인용 온라인 플랫폼 온리팬스의 영국 모회사 피닉스 인터내셔널로부터 우크라이나 모델들의 수입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했다.

2023년의 경우 우크라이나 국민 7천900명이 온리팬스에서 1억3천100만달러(약 1천8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당국이 이들을 대상으로 세금 고지에 나서면서 일부 성인물 제작자들은 활동 거점을 해외로 옮기고 있다. 아예 외국으로 이주하거나 몇주에 한 번씩 국경을 넘어 인근 국가에서 온라인 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활동으로 얻은 수입에 대한 세금은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나라에 납부하게 된다는 것이 WSJ의 지적이다.

이에 우크라이나 의회에서는 성인물에 대한 형사처벌을 완화해 관련 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젤레즈냐크 의원은 합법화가 이뤄지면 연간 최대 2천500만달러(약 337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4년 넘게 이어지는 전쟁에 투입되는 전체 비용과 비교하면 크지 않은 규모지만 드론 약 3만 대를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젤레즈냐크 의원 등이 공동 발의한 관련 법안은 지난 7월 의회 1차 표결을 통과했으며 현재 2차 심의를 앞두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성인물 합법화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해 의회가 관련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