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이 보험료율 인상과 정부 재정 투입 등에 힘입어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다만 2030년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7조7천억원을 본격 상환해야 하는 만큼 재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등 정부의 재정 책임 강화가 관건으로 꼽힌다.
6일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에 따르면 오는 2028년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에 포함됐던 모성보호 급여가 분리돼 새로 만들어지는 '일·가정 양립 계정'(가칭)으로 옮겨진다.
지난해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의 수입은 15조7천억원, 지출은 17조4천억원으로 재정수지는 1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립금은 1조8천억원 수준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예수금 7조7천억원을 제외하면 실질 적립금은 6조원 적자 상태다.
실업급여 계정이 모성보호 급여까지 부담하는 구조가 재정 악화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모성보호 급여 지출은 2022년 2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4조3천억원으로 3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전체 실업급여 계정 지출의 24.7%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동부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실업급여 계정에서 육아휴직 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떼어내 별도 계정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모성보호 지출에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재원은 실업급여 계정 재원으로 활용되는 노동자·사용자 보험료율 일부를 일·가정 양립 계정에 넣고, 일반회계 전입금도 투입한다.
현재 노동자 0.9%, 사용자 0.9%씩 총 1.8% 내던 보험료율을 당장 내년부터 0.1%포인트(p)씩 올려 2.0%로 인상한다. 보험료율이 0.2% 오르면 1조8천억원의 보험료 수입이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보험료율 0.4% 정도를 떼어내 일·가정 양립 계정에 쓴다는 게 노동부 구상이다. 이는 3조6천억원 규모다. 구체적인 수치는 모성보호 지출 상황을 살핀 뒤 결정할 예정이다.
일반회계 전입금은 내년 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3천억원(50%) 추가 확보했다. 일반회계는 정부가 세금을 거둬 국가 살림살이에 쓰는 정부 순수재정을 뜻한다.
노동부는 저출생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차원에서 2029년까지 전입금을 추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보험료율 인상분과 일반회계 전입금은 일단 실업급여 계정에 넣어놨다가, 2028년 일·가정 양립 계정이 신설되면 이전한다.
이 같은 개편이 이뤄지면 실업급여 계정은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조8천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보험료율 인상으로 1조8천억원의 추가 수입을 확보하고 일반회계 전입금 9천억원까지 더해지면 9천억원 흑자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노동부가 실업급여 지급 일수 기준을 현행 '주 7일'에서 '주 6일'로 손질하기로 하면서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과거 주 6일 근무가 보편화됐던 상황에서 실업급여 지급 기준은 아직도 주 7일로 유지됐었다.
이 때문에 주 5일 근무하고 주휴수당 하루치를 받는 근로자가 받는 돈보다 세금 공제 없이 주 7일 실업급여를 받는 실업자의 실수령액이 많아 '시럽급여'라는 비판이 많았다.
지급 기준이 변경되면 실업급여 월 수급액은 22만∼23만원 줄어들 전망이다. 지급 기간은 늘어나지만 월 수급액 감소가 재취업을 촉진할 경우 실업급여 재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노동부는 보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재정수지가 흑자로 전환되더라도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2030년부터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7조7천억원을 본격적으로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향후 예상치 못한 경기 불황으로 대규모 고용 위기가 닥쳤을 때 유연하게 대응하려면 실업급여 적립금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관건은 별도로 신설되는 '일·가정 양립 계정'에 정부가 일반회계 전입금을 얼마나 더 얹어주느냐다. 일·가정 양립 계정에 필요한 재원은 연간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모성보호 재원을 노사 보험료에 의존하면 실업급여 적립금을 메울 여력이 줄어드는 만큼, 일반회계 전입금이 늘어나야 실업급여 계정도 빚을 갚으며 정상화할 수 있다.
결국 재정당국과의 일반회계 전입금 증액 협의와 연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여부가 고용보험 재정 수술의 성공을 가름할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