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틈새로 빠져나오자 "와아" 환호…'기적 생환' 순간

입력 2026-09-04 20:22


네팔·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휩쓴 대홍수가 발생한 지 9일 만인 4일(현지시간), 홍수 피해를 입은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네팔인 직원 2명이 극적으로 구조됐다.

네팔 정부에 따르면 네팔군 등 구조대는 이날 중북부 바그마티주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을 수색하던 중 살아 있는 직원 2명을 찾아냈다. 비라지 박타 슈레스타 네팔 에너지부 장관은 "트리슐리 3A 터널에서 한 명이 방금 안전하게 구조됐다"고 밝혔고, 뒤이어 수단 구룽 내무부 장관도 성명을 통해 "또 다른 한 명도 구조됐다는 소식을 방금 받았다"고 전했다.

먼저 구조된 이는 이 발전소 기계반장 산제이 사씨, 두 번째로 구조된 이는 기계 감독관 카비르 마하르잔씨로 각각 확인됐다. 현지 TV 뉴스 채널에는 진흙투성이가 된 사씨가 구조대원의 어깨에 들려 현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방영됐다. 에너지부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진흙투성이 틈새로 사씨가 구조대원들에게 이끌려 나오자 주변 사람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씨는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아 일어선 뒤, 이후 구조대원 등에 업힌 채 헬기로 이송되면서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에 따르면 사씨는 현장에서 자신을 진단한 네팔군 의료진에게, 터널 안에서 자신의 근처 서너 명과 말과 소리로 소통했다며 터널 깊숙한 곳에 더 많은 사람이 갇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두 생존자는 현재 군 병원으로 이송돼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는데, 맥박·호흡·체온 등은 안정적인 상태라고 병원 관계자가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수색 작업에 참여해온 람 네우파네 네팔 의원은 터널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을 전했다. 그는 "구조팀이 '당황하지 마세요. 구조하러 왔습니다'라고 외쳤고 터널 안에서 '알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고 밝히며, 터널 안에 아직 사람들이 갇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팔 구조대는 그동안 여러 수력발전소 터널에 직원 수백 명이 고립된 것으로 보고 수색을 벌여왔으며, 특히 트리슐리 3A 등 발전소 두 곳의 터널에 약 90명이 생존한 채 갇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색 역량을 집중해왔다. 트리슐리 3A는 실종 한국인 직원 9명이 근무하던 어퍼트리슐리(UT)-1 수력발전소의 트리슐리강 하류에 있으며, 두 발전소는 약 6㎞ 떨어져 있다.

한국 해외긴급구호대(KDRT)도 이날 해당 발전소 주변에서 실종자 대피 가능 경로를 중심으로 집중 수색에 나설 방침이다. 네팔군이 지원하는 헬기 2대를 동원해 기상이 허락하는 대로 항공 수색을 진행하는 한편 육로 수색도 병행한다.

발전소 공사를 맡은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현장 수색 인력과 범위를 넓혔다. 남동발전은 현지인 25명을 2개 팀으로 나눠 육상 수색을 벌이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헬기 1대를 섭외해 운항 허가가 나는 대로 하류 방면 수색에 나설 계획이다.

인명피해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네팔 재난관리청 집계로는 이날 현재 네팔 내 사망자가 최소 1,287명, 여기에 중국 측 사망자 최소 21명을 더하면 전체 사망자는 1,308명에 이른다. 실종자도 네팔 5,083명, 중국 541명 등 총 5,624명으로 늘었는데, 특히 네팔 측 실종자는 하루 사이에만 1,000명가량 급증했다. 전력과 통신이 차츰 복구되면서 그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역이 줄어든 결과, 공식 집계에 드러나는 피해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신 처리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망자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신원 확인이 어려운 데다 전국 병원의 시신 냉동보관 시설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자, 네팔 당국은 신원 미상 시신에 대해 DNA 시료 채취와 사진 촬영, 식별 정보 기록 등의 절차를 거친 뒤 하루 수십∼수백 구씩 가매장하고 있다.

재난관리청은 이번 대홍수로 가옥·건물과 기반 시설이 유실되면서 발생한 손실 규모가 최소 3,875억 네팔 루피(약 3조4,700억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도로·전력 복구와 대피소 마련, 식수 공급 등 초기 복구에 필요한 비용만도 약 5천260만 달러(약 712억원)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는 오는 8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 직접 참석해, 국제사회에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동시에 이번 대홍수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네팔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미한 자국이 이번 대홍수와 같은 기후변화 재앙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중국·미국·인도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을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