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공습과 보복 공격을 거듭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얼어붙고 있다.
1일(현지시간) 중동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미군은 미 동부시간 이날 정오(한국시간 2일 오전 1시)께 이란 정예군인 이슬람혁명수비대 표적들을 겨냥한 공격에 들어갔다.
미국은 최근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의 민간 선박과 중동 주둔 미군을 노렸던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습에서는 이란 정부 소유 유조선 2척도 표적이 됐다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복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 미 관리는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새 '유조선에는 유조선' 방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피격 유조선들은 미국의 해상 봉쇄선 북쪽인 이란 해안에 정박해 있었고, 미군 드론이 발사한 미사일이 엔진실에 명중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남부 거점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와 호르무즈 해협의 게슘섬·라반트섬, 아살루예 등지에서 폭발음이 들렸고 동남부 지로프트의 민간 공항도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1일 이란 군사 목표물에 대한 일련의 공습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의 방공·레이더시설, 해상자산, 기뢰 부설 능력, 통신 시설 등을 포함한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공습 표적이 100여개 안팎에 달했다고 전했다.
민간인 피해도 이어졌다는 주장이 이란 쪽에서 나왔다. 미국의 이란 남부 공습 과정에서 결혼식이 열리던 민가에 폭탄이 떨어져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란 적신월사는 호르모즈간주 쿠헤스타크에서 미국 미사일 파편으로 어린이 1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별도로 남부 후제스탄주에서도 미사일 공격으로 7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이란 측 발표로, 미국 측의 별도 확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혁명수비대에서도 전사자가 발생했다. 혁명수비대는 2일 성명을 통해 서부 케르만샤주에서 미국의 공격으로 항공우주군 소속 대원 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메흐르 통신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라반 섬에서도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원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라반 섬에는 이란의 4대 주요 원유 수출 터미널 중 하나가 있다.
이번 대대적 공격은 지난달 30일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라라크섬의 혁명수비대 기뢰 설치용 로켓발사대 2곳을 타격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재차 이뤄진 것이다. 당시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주둔 공군기지 2곳에 미사일을 쐈고 미국이 이에 다시 보복하면서, 양측의 무력 충돌은 꼬리를 무는 악순환에 빠져든 모습이다.
이란은 이날 미군 공습 직후 즉각 재반격에 나섰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성명에서 "침략자들에게 뼈저린 후회를 안겨줄 응징에 이미 착수했다"며 미국의 무인공격기 MQ-9 드론을 격추했다고 밝히고, 미국의 공격이 "오히려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를 더욱 공고히 하고 해협 내 외세 개입 세력을 억누르려는 우리 전사들의 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이어 탄도미사일로 요르단 미군기지를 공격하고 이라크 쿠르드 자치지역 에르빌 주둔 미군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바레인·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미군기지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군은 성명에서 "수십 대의 공격용 드론이 UAE의 알다프라 및 알민하드 기지에 있는 미군의 레이더 시스템과 진지를 타격했다"며 "바레인 셰이크 이사 공군 기지에 있는 미군 레이더 시설과 병력 집결지도 타격 목표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가 인용한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란이 요르단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 약 25발 가운데 요르단 영공에 도달한 것은 절반가량이었고, 이 중 10발은 요격됐으며 나머지 3발은 요르단 영내에 떨어졌으나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명수비대 측은 이번 공격으로 미군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측 확인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양측은 각자의 공격이 정당하다고 맞서며 추가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가장 큰 공격은 아직 대기 중이다. 세 번째 공격이 가해지면 이란은 국가로서 완전히 전멸할 것"이라고 적었으며,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들과의 합의는 종잇조각만큼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호세인 모헤비 이슬람혁명수비대 대변인은 엑스에 미국이 "새로운 공격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침략자들에게 가혹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중앙사령부 대변인도 2일 "침략적 미군에 협력하는 어떤 국가라도 더욱 가혹하고 광범위하며 파괴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사적 긴장이 치솟는 가운데 전 세계 원유 운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민간 선박 피해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상보안 분석가들을 인용해 지난달 31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한국 해운사 장금상선(영문명 시노코) 소유 선박 '세네갈 프로스페리티'호와 사우디아라비아 소유 유조선 '시드르'호가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선박은 장금상선 관련사가 재용선을 준 배로, 한국인 선원은 승선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선박도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이란이 보복의 수위를 계속 끌어올리는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민간 선박까지 공격에 노출되면서, 충돌이 역내 미군 시설을 넘어 국제 해상 교통과 원유 수송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제유가는 5% 안팎으로 급등했고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