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업의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대상으로 넓힌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놓고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와 기업이 함께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신규 공장에 투입할 인력 배치까지 노사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 섭니다.
장슬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800조원이 투입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입니다.
그런데 첫 삽을 뜨기 전부터 공장에 필요한 인력 배치 여부를 놓고 노사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는 "조합원 84%가 호남 반도체 프로젝트에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이번 사안을 앞으로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의 배경에는 올해 개정된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의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경영 판단이고, 어디부터가 교섭 대상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노동부는 "신규투자 자체는 근로조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를 명시한 규정은 없습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도 투자나 공장 신설과 같은 결정은 경영의 영역으로 두고, 노사 협의 대상과는 구분짓고 있습니다.
[박지순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신규투자는 구조조정이 아니잖아요. 새로운 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플러스섬'의 영역이고, 이 신규 투자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엄청난 손실인 거죠. 우리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 또 노동시장적 관점에서도…]
재계는 정부가 해석지침을 통해 신규투자와 증설에 따른 통상적인 인력 배치는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못박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만 해석지침만으로 법적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만큼, 결국 보완 입법을 통해 경영 판단과 노동쟁의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기업들이 꼽은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불확실성입니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큰 규제법안들이 보완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결국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한국경제TV 장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