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라 안일했다더니"…아동·치매노인 실종 기록도 지웠다

입력 2026-09-02 10:25
수정 2026-09-02 10:35
실종아동법 대상까지 관리목록 삭제돼 수사중


'제주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으로 구속 송치된 경찰관이 성인 실종 사건뿐 아니라 아동과 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 등 고위험군의 실종 관리 기록까지 삭제하거나 입력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록이 삭제되면 재차 실종됐을 때 과거 정보를 확인할 수 없어 수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리 부실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2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A 경장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상의 기록 63건을 삭제하거나 미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실종자가 발생했을 때 관련 정보를 입력하고 조회하는 경찰의 관리 시스템이다.

63건 중 15건은 지역 경찰 등이 실종자 신고 시 곧바로 소재를 파악해 정상적으로 사건이 종결됐지만, 정작 실종팀 담당자인 A 경장은 이들 15건의 관리목록 기록을 입력했다가 마음대로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삭제된 15건 가운데 일부는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실종아동법)상 보호 대상자가 포함됐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관리목록 기록은 실종자가 변사 등 사망하면 삭제할 수 있고, 기록이 삭제되면 다시 조회할 수 없다. 이 기록이 삭제되면 생존한 아동, 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 귀가 후 재차 실종됐을 때 관련 내용을 볼 수 없게 돼 현장 수색 작업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실종아동법은 아동,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환자 등 범죄에 취약하거나 장기 실종 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 성인 실종 신고과 달리 곧바로 경찰관서의 책임자에게 보고돼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되도록 규정돼 있으며, 대상자의 기록을 누구든 함부로 이용할 수 없다.

A 경장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서 근무하면서 모두 298건의 실종 사건을 자체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141건은 실종아동법상 보호 대상자에 대한 신고 사례다.

A 경장은 지난 5월과 지난 7월 각각 신고된 성인 실종자 2명의 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실종자 2명은 모두 신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확인된 허위종결 2건 외에도 추가 허위종결 의심 사례 10건과 관리목록 삭제 15건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경찰은 "실종자가 일반적인 성인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A 경장의 진술 내용을 공개하며'누적된 업무 부담과 책임가중에 대한 피로감 속에 업무 태만한 동기'가 범행의 주된 배경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