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네 차례나 가정폭력을 신고하고 다른 가족의 집으로 피신해 있던 30대 여성을 찾아가 살해한 현직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7시 17분께 경기 광주시의 한 다세대주택 외부 계단에서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경찰에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신고했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모자를 눌러쓴 채 오토바이를 타고 현장에 와 범행한 뒤 곧바로 도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 당시 현장에 B씨와 함께 있던 나이 어린 자녀는 손가락에 찰과상을 입고 응급처치를 받았는데 이 자녀가 범행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처를 입게 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피해자가 이혼 소송 중이었던 점 등에 미뤄 현직 공무원인 남편 A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어 CCTV 및 통신 수사를 통해 신고 접수 4시간 20여분 만인 오전 11시 40분께 A씨의 주거지 인근인 수원시 소재 모텔에서 그를 붙잡았다.
검거 당시 A씨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던 중이었으며, 생명에는 큰 이상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A씨를 경기 광주서로 압송해 범행 동기와 이날의 행적, 구체적인 범행 수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A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져 정확한 사건의 전말을 확인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B씨는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폭행과 협박 등의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 및 상담 요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매번 A씨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4월 22일 있었던 3차 신고에서 A씨가 B씨를 흉기로 협박한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인 특수협박에 해당해, 처벌 불원 의사에도 경찰은 정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어 5월 28일 4차 신고 때는 A씨가 출동 경찰관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하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영장은 기각됐다.
결국 경찰은 3차·4차 신고 사건을 병합해 특수협박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A씨를 불구속 입건, 지난 6월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이와 별개로 B씨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하고 재범 우려 피해자 등급을 'A등급'으로 지정해 월 1회 이상 전화 연락 등 모니터링을 지속해왔다.
B씨는 이후 A씨와 별거를 시작해 경기 광주 소재 다른 가족의 다세대주택에 거주해왔으며, 지난달부터 이혼 소송에 들어갔다. B씨는 이 과정에서 법원으로부터 임시보호명령 결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11일 B씨에게 전화해 안전을 확인하던 중 "이혼 소송의 서류 송달 과정에서 주거지 비공개 요청을 하지 않아 남편에게 주소가 노출된 것 같다"는 상담을 접수했다. 경찰은 임시 숙소에 들어가 있을 것을 권유했지만 B씨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이에 경찰은 기간 종료로 회수했던 스마트워치를 다시 지급하고, 주거지에 대한 맞춤형 순찰(오후 8~10시), 112 피해자 번호 등록 등 안전조치를 취했으나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