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주택가격 폭락 대비’ 발언에 대해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시장은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부동산 현실 인식, 어안이 벙벙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 대통령의 전날 부동산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주택가격이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공공주택 보유용으로 일정기준 이하의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시스템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조기 대량 공급과 투기수요 억제, 고금리에 따른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 등을 집값 폭락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주택가격 폭락을 예견하는 것부터 황당하다”며 “그 근거로 내세운 ‘조기 대량 공급’, ‘투기 수요 억제’, ‘대출 연체와 경매 폭증’은 대통령께서 여전히 부동산 시장과 민생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공급 목표만 요란할 뿐 구체적인 일정과 실행계획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의 공급 발표를 ‘조기 대량 공급’이라고 생각한다면 대단히 큰 착각”이라며 “대통령 임기 내 착공조차 불투명한 계획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도, 국민에게 공급의 확신을 줄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투기수요 억제의 근거로 제시한 주택가격 흐름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오 시장은 “징벌적 세금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시행을 앞두고 초고가 주택 일부가 일시적으로 호가를 낮춘 것을 시장 전반의 가격 하락으로 판단한다면 큰 오산”이라며 “서울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며 ‘가격 키 맞추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경매 지표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강조했다.
오 시장은 “경매 물건이 늘어난다고 집값이 자동으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며 “가격의 흐름을 판단하려면 낙찰률만 볼 것이 아니라 감정가 대비 실제 낙찰가격을 나타내는 낙찰가율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7월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로 4개월 연속 100%를 웃돌았다”며 “경매 물건이 늘어났는데도 서울에서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를 두고 “대통령께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하신 경매 지표는 집값 하락의 조짐이 아니라 서울의 두터운 대기 수요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출 연체와 경매 증가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오 시장은 “경매에 나온 집의 소유자가 모두 무리하게 대출받아 주택을 사들인 투기꾼은 아니다”며 “내수 부진과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자영업자도 있고,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나뿐인 집을 담보로 제공했다가 생업과 삶의 터전마저 잃을 위기에 놓인 평범한 국민도 있다”고 했다.
이어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집값 폭락의 신호인 양 반길 것이 아니라, 경매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 고통 앞에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당장 내놓을 실질적인 공급 대책이 없으니 대통령이 직접 ‘집값 폭락’을 거론해 시장에 공포를 불어넣고, 주택 보유자들을 쥐어짜서라도 매물을 내놓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동산은 국민에게 엄포를 놓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수요와 공급, 금리와 금융, 매매와 임대차가 복잡하게 얽힌 시장을 정확한 데이터와 냉정한 현실 인식으로 다뤄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정부에 부동산 정책 기조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더 이상 임시방편과 공포를 앞세워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고, 국민이 원하는 곳에 실질적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