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통상질서…한국, CPTPP 선택지 주목

입력 2026-08-31 13:31
수정 2026-09-01 08:40
한경협?대외연 <신통상 질서의 미래> 국제 세미나 공동 개최 류진 회장 "예측 가능한 규범 절실… 기회와 도전 균형 있게 대비"


(사진 설명 :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안성배 대외연 원장직무대행,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류진 한경협 회장,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 대표 겸 한경연 원장. 제공 한경협)

글로벌 통상질서가 다자무역에서 지역화로 이동하면서 한국이 새로운 통상 규범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사안별로 협력하는 '선택적 파트너십'이 한국의 현실적인 통상 전략으로 제시됐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31일 서울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신통상 질서의 미래: 한국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열고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한국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기업에는 안정적인 시장과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예측 가능한 규범의 틀이 절실하다"며 "개방과 규칙에 기반한 새로운 통상협력 체제로서 CPTPP에 주목하고 있으며, 기회와 도전을 모두 고려한 균형 있는 논의와 철저한 준비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정성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 △개방형 복수국 협력 활용 △미래지향적 통상규범 형성을 정부의 주요 전략으로 제시했다.

CPTPP와 관련해서는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며 농축산어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기조연설에 나선 데보라 엘름스 힌리히재단 무역정책총괄은 현재 통상환경을 '세계화의 종말'보다는 '지역화되고 분절된 형태로의 전환'으로 진단했다.

중견 통상국의 전략으로 △관망·현상유지 △특정 강대국 편승 △선택적 파트너십을 제시하고, 새로운 기구를 만들기보다 CPTPP나 FIT-P처럼 이미 작동하는 협력체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CPTPP는 미국과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가운데 영국 등의 가입으로 외연을 확대해 왔다는 점에서 중견국의 협력 플랫폼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다만 가입 절차가 불투명하고 개별 심사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CPTPP 가입 논의에서는 이미 상당한 교역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 주요 근거로 제시됐다.

제프리 쇼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과 CPTPP 회원국 간 교역액은 약 3410억달러로 전체 상품교역의 약 25%를 차지했다. 중국과의 교역액 약 2730억달러, 미국과의 약 1960억달러보다 큰 규모다.

쇼트 연구위원은 한국이 CPTPP 12개국 가운데 10개국과 개별 협정을 맺고 있지만 협정별 규율 범위가 제각각이고 일본·멕시코와는 협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존 교역 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PTPP 참여가 공급망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핵심 광물과 기계류 등의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동시에 데이터·노동·환경 등 새로운 글로벌 통상규범 형성에도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CPTPP 가입을 단순한 시장 개방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산업별 파급효과와 농어업 분야 영향을 면밀히 따져 사안별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새로운 통상 질서가 안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우리 경제의 전략적 선택지를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예측 가능한 통상 여건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2018년 출범한 아·태 지역 무역협정으로, 영국을 포함해 현재 12개국 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