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손잡아야"…실리콘밸리가 보낸 'AI동맹' 러브콜

입력 2026-08-29 19:53
美베이지역위 경제연구소 보고서 "군사→기술동맹 도약해야 시너지"


인공지능(AI) 혁명 시대를 맞아 반도체 등 하드웨어 강국인 한국과 소프트웨어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가 단순한 무역 관계를 넘어 지정학적 기술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전 세계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의 7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을 실리콘밸리의 AI·소프트웨어 기술과 결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미국 '베이지역위원회 경제연구소'(BACEI)는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총영사관과 공동으로 28일(현지시간) 개최한 '한국과 베이 지역(Bay Area·샌프란시스코만 주변 광역 도시권): 혁신, 투자, 그리고 한-실리콘밸리 전략적 파트너십'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보고서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하드웨어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한국과 AI·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가 서로의 경쟁력을 결합하는 'AI-반도체 넥서스(연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경쟁력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을 꼽았다. 두 회사의 HBM이 전 세계 시장에서 79%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이 핵심 AI 반도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그룹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실물 AI(피지컬 AI) 구축에 나선 점도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한국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과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소프트웨어 설계 능력이 결합하면 AI 시대에 더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70년간의 군사 동맹과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기술적 상호의존성이 결합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최근의 경제 공조 흐름은 군사 중심에서 광범위한 기술·경제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다만, '두뇌 유출'과 관(官) 주도의 스타트업 육성 등은 한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한국과 실리콘밸리 간 보상 격차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향한 인재가 연간 2만명에 육박하고, 정부가 과도하게 스타트업 지원에 나서면서 벤처 투자 선순환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한계 극복을 위해서는 한미 기술동맹 생태계를 양방향 구조로 개편해 미국에서 기술과 네트워크를 확보한 인재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두뇌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의 직접 투자를 점진적으로 줄여 벤처 생태계를 '민간 벤처투자사(VC) 자율 체제'로 개편하고 규제 위험을 낮춰 해외 자본의 유입 활성화를 도모하기를 권고했다.

보고서 집필을 주도한 션 랜돌프 BACEI 선임 디렉터는 "자본·인재·기술·전략적 공통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한 실리콘밸리와 한국 간 혁신 통로는 현실이자 기회"라고 강조했다.

발간 행사에 참석한 임정택 주샌프란스시코 총영사는 "한국의 반도체·첨단제조 역량과 베이 지역의 AI·혁신 역량이 긴밀하게 연결되면 양쪽 모두에 성장과 혁신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과 베이 지역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