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과 중국 국경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대규모 홍수로 양국 사망자가 6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시신이 한꺼번에 병원으로 몰리면서 신원 확인 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일부 병원에서는 안치 공간이 부족해 시신을 복도나 야외에 둘 정도로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29일(현지시간)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네팔 재난 당국은 지난 26일 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현재까지 62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다.
국경과 가까운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이번 홍수를 일으킨 빙하 붕괴와 연계된 토석류(土石流) 사태로 7명이 숨져 양국 전체 사망자는 633명명으로 늘었다.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피해가 집중된 바그마티주 치트완 지역에서는 시신을 보관할 공간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치트완 지역의 바라트푸르 병원에는 홍수 현장에서 수습된 시신이 계속해서 이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저녁까지 이 병원으로 옮겨진 시신은 137구에 달했고 다음 날에도 50구가 추가로 들어왔다.
바라트푸르 병원 의료원장인 비슈와반두 바갈레는 "우리 병원 시신 냉동고에는 24구만 안치할 수 있다. (그마저도 평소에) 신원미상 시신으로 대부분이 채워져 있고 2∼4구 정도 공간만 비어있다"며 "(대형) 재난 상황에서 지금 정도 규모의 시신을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병원 안치실과 부검실은 지난 27일부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냉동고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시신은 병원 복도나 방수포를 설치한 야외에 임시로 보관되고 있으며, 부검실로 옮기지 못해 차량에 그대로 실려있는 시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기온 탓에 지난 27일 수습됐지만 냉동고에 들어가지 못한 일부 시신에서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바갈레 원장은 "모든 시신이 동시에 부패하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극심한 더위로 (냉동고에 들어가지 못한) 시신들의 부패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수의 강한 물살로 시신이 심하게 훼손된 경우도 있어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과학자들이 위성 자료와 현장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이번 대홍수를 일으킨 빙하와 암석 혼합물 덩어리 등의 이동속도는 초속 약 50m, 시속 약 18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콘크리트 다리까지 무너뜨릴 정도의 빠른 물살에 휩쓸리면서 수습된 시신의 상태도 제각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온전한 상태로 발견된 경우도 있지만 흙탕물이나 진흙 속에 장시간 잠겨 있다가 수습돼 이미 부패가 진행됐거나 심하게 훼손된 시신도 있다.
바라트푸르 병원 법의학팀은 다른 병원의 지원까지 받아 상대적으로 훼손이 적은 시신을 중심으로 검시와 신원 확인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급증하는 시신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 지역에서 초기 신원 확인이 끝난 시신은 정부 청사로 옮겨진 뒤 유가족에게 인계되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의 경우 유전자 정보(DNA) 시료를 채취해 보존한다.
문제는 현재 네팔에서 발생한 실종자 수가 3천명에 육박해 앞으로 수습될 시신이 계속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네팔 정부는 현재 16개 병원에 사망자 시신을 분산해 안치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임시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