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뒤집히나"…美기업들, 중간선거 앞두고 '태세 전환'

입력 2026-08-28 17:50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온 일부 미국 기업들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의 환심을 사려는 쪽으로 태세를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런 기업들은 이번 선거에서 유력한 전망대로 연방하원 다수당 지위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넘어갈 경우 의회 조사나 소환에 응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 쌓기 사업이나 그와 관련된 정치조직에 대규모로 기부했던 빅테크들은 의회 조사뿐 아니라 형사사건 수사까지 받을 가능성에도 대비해 내부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있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와 로비스트들은 고객사로부터 "우리의 취약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있다고 신문에 전했다.

메타 플랫폼스(메타) 등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회장 건축 사업과 공화당 측 사업에 수천만 달러(수백억 원)를 제공해왔지만, 중간선거를 앞둔 요즘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민주당 측에도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앞으로 의회의 정보 제출 요구, 청문회 출석, 소환장 발부 가능성까지 경영진 차원에서 검토하고 대책을 상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기업 중에는 메타와 팔란티어가 포함됐다.

메타는 올해 봄 트럼프 대통령 측과 연계된 정치조직에 1천만 달러(139억 원)를 기부한 데 이어, 공화당 하원·상원 지도부와 각각 연계된 조직에 500만 달러(69억 원)씩, 민주당 하원·상원 지도부와 각각 연계된 조직에도 500만 달러(69억 원)씩을 기부했다. 이에 따라 메타가 올해 연방 선거 관련 정치조직에 기부한 금액은 합계 최소 3천만달러(414억 원)에 달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칼시는 민주당 보좌관 출신 인사들을 영입해 대관 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입법국장을 지낸 슈완자 고프를 미국 정부관계 담당 부사장으로 데려왔고, 칼시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신 스테퍼니 커터를 정책 자문역으로, 바이든 행정부 출신 존 비보나를 연방정부 관계 책임자로 각각 채용했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트럼프 2기 들어 합병을 허가받는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일었고, 그 후 계열사인 CBS에서도 보도 외압 논란과 정치적 동기에 따른 인사조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예측 시장 베팅 플랫폼'인 칼시는 사업 내용 자체가 도박업과 다를 바 없다는 논란과 함께 내부자 거래 의혹까지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부자들의 자문에 응하는 민주당 전략가 쿠퍼 테보는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잇따라 조사가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테보는 "(그런 기업들은) 내년에 완전히 낭패를 보든지, 그러기 싫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아내서 수습해야 한다. 그리고 수습을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예전에 비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내년 이후 미 의회의 조사 역량이 행정부보다 기업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의회의 정보 제출 요구에 잘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기업들은 행정부와 달리 의원들의 요구에 맞서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하원의원 당적 분포는 공화당 218명, 민주당 212명, 무소속 1명이며 공석이 4석이다. 민주당은 올해 11월 중간선거에서 불과 몇 석만 추가하면 하원 다수당이 될 수 있고,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한 예상 의석수도 공화당보다 많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의회 조사 표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와 관련된 사업에 거액을 기부한 기업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이나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측근들의 자녀와 연계된 기업들이 꼽힌다.

WSJ에 따르면 아마존, 쉐브론, 화이자, 유나이티드헬스 등 대기업 경영진은 올해 여름 미국상공회의소가 개최한 '잠재적 의회 감독과 조사에 대처하는 법' 세미나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