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단기적인 재무적 성과나 매출 규모가 기업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시장과 글로벌 산업 생태계가 요구하는 핵심 덕목은 환경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아우르는 ESG 경영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과 자원 순환을 뜻하는 환경적 요소, 상생 고용과 노동 환경 개선 및 사회공헌을 아우르는 사회적 요소, 그리고 투명한 의사결정과 윤리적 관리를 가리키는 지배구조적 요소는 더 이상 대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술력과 품질만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지나고 기업의 윤리적·환경적 가치가 거래의 핵심 척도가 되면서, 중소기업의 ESG 대응 능력은 기업의 미래 가치를 결정짓는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많은 중소기업 경영진은 ESG 경영을 막대한 예산과 전담 인력이 소요되는 가혹한 규제나 비용 부담으로 인식하곤 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ESG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강력한 성장 동력에 가깝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공급망 실사 의무화와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통해 공급망 전체에 걸친 ESG 관리 수준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과 해외 원청업체들은 ESG 기준에 미달하는 협력사를 공급망에서 제외하는 추세이므로, 중소기업에 ESG 경영은 신규 거래선을 확보하고 기존 납품 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실무적 필수 조건이 되었다. 또한 금융권과 투자기관 역시 ESG 지표를 대출 심사와 투자 집행의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어, 투명한 거버넌스와 친환경 공정을 입증한 중소기업일수록 정책금융 우대나 금리 감면 등 자본 조달 측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나아가 친환경 기술 개척이나 자원 재활용 공정 도입 등 선제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중소기업은 고부가가치 신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ESG 데이터는 단순한 참고 자료가 아닌 기업의 신뢰도와 미래 가치를 증명하는 핵심 경제 데이터로 취급되고 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ESG 공시 표준화 작업은 선진국들이 ESG를 국가 산업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해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는 전략으로, 중국은 미·중 갈등 속에서 자국 제조업의 수출 길을 지켜내기 위한 산업 체인 보호 전략으로 ESG 공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호주 역시 녹색금융 허브 구축과 기업 보고 체계의 혁신을 위해 ESG를 공식적인 기업 정보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세계 각국이 ESG를 단순 규제를 넘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삼는 만큼, 우리 기업들 역시 ESG를 가치 창출의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투명한 공시 체계를 갖춘 기업만이 해외 바이어와 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거창한 목표 설정보다 실용적인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바로 실행 가능한 에너지 절감과 안전보건 관리 강화부터 시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공정 전환과 공급망 데이터 관리로 범위를 넓혀가는 단계적 로드맵이 실효성을 높인다.
우선 정부와 지자체,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중소기업 전용 ESG 진단 컨설팅이나 탄소중립 전환 지원금, 우대 금리 혜택 등을 적극 활용하여 초기 비용 부담을 대폭 줄여야 한다. 아울러 공급망 전반에 걸친 탄소 배출량 관리가 요구되는 흐름에 맞춰 자사의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정량화하고 디지털로 관리하는 체계를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사내 조직 문화 측면에서는 근로 환경의 안전성 확보, 차별 없는 고용, 사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기본에 충실한 경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고 이탈을 막는 실질적인 전략이 된다.
결국 ESG 경영은 단기적인 비용 지출이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탈을 강화하는 장기적 차원의 자본 투자다. 체계적으로 관리된 ESG 데이터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투자자와 거래처의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보증서가 된다. 따라서 노하우 부족을 이유로 망설이기보다는 노무, 세무, 산업 분야 전문가의 조력을 바탕으로 자사 사정에 맞춘 유연한 실행 로드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작성] 박창수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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