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듯한 오답'의 시대를 끝낸 로올
생성형 AI의 비중이 커지면서 법조계도 극심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초창기 '리걸테크'가 판례와 법령을 검색해 주는 수준이었다면, 뒤이어 등장한 생성형 법률 AI들은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지어내는 '환각'과 실무에 쓰기 어려운 낮은 서면 품질이라는 벽에 부딪혔다. 최근 등장한 법률 AI 플랫폼 '로올(LawAll)'은 이 벽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올은 답변이나 서면을 생성하기 전에 먼저 사건 전체를 파악한다. 기록을 통째로 올리면 로올의 자체 엔진이 사건 전체를 정리하고, 그 위에서 검토가 시작된다. 로올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지점은 그다음이다. 다수의 AI 에이전트를 지휘하는 고유의 하네스 엔진 아래 루프 엔지니어링으로 누락과 오류를 스스로 걸러낸다.
◆ 판사 출신이 만든 AI
로올은 판사 출신의 AI 전문가인 배지호 대표가 개발한 서비스다. 배지호 대표는 SCIE급 학술지에 AI 논문을 게재하고 여러 건의 리걸테크 등록 특허를 보유했으며, 하네스 엔진과 멀티 에이전트 등 로올의 핵심 아키텍처를 직접 설계했다. 기록을 읽고 판단해 온 판사의 눈이 AI에 그대로 옮겨진 셈이다. 로올이 법원 판결문에 버금가는 결과물과, 증거관계 위에 논리를 쌓아 올린 강력한 서면을 내놓는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 로올 "남다른 결과물… 남은 고민은 기술이 아니다"
10년 이상 법조 실무에 종사한 건설소송 전문가인 강성식 변호사(42, 연수원 40기)는 "기존 법률 AI는 그럴듯해 보여도 존재하지 않는 판례를 인용하는 환각이 잦고 서면 품질도 실무에 쓰기 어려운 수준이었지만, 로올은 다르다"며 "사건 기록 전체를 읽고 쟁점과 증거관계를 정리한 뒤 실제 법정에 낼 수 있는 수준의 서면까지 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로올이 내놓는 결과물은 솔직히 엄청나다"며 "수천 쪽의 기록에서 증거의 신빙성을 평가하고 쟁점별 결론까지 제시하는 수준은 판단이라는 영역에서 AI가 기술적으로 이미 준비를 마쳤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인간의 판단을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는 "이제 남은 고민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사법의 본질 자체가 단순한 계산 문제가 아니기에, 법원은 정답만 찾는 곳이 아니다"라며 "자유와 안전, 개인의 권리와 사회적 공익, 처벌과 교화, 법적 안정성과 사회 변화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 "마지막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
ICT(정보통신) 전문가인 박진석 변호사(43, 연수원 40기)도 로올의 기술력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는 "실제 사건에 로올을 써보면 결과물의 수준에 놀라게 된다"며 "지금 당장 변호사와 맞먹는 수준의 결과물을 내어놓는다. 그 점에서 로올은 다르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꺼낸 개념은 '책임'이다. 그는 "로올이 이만한 결과를 내놓는 시대에 남는 질문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이라며 "AI로 쓴 서면도 변호사 이름으로 제출되면 최종 책임은 변호사에게 있다. AI의 진정한 한계는 최종 책임과 결정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에 대한 사회의 선택"이라고 했다. 이어 "AI는 판사를 대신하기보다 더 깊게 검토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돕는 새로운 사법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마지막 질문은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고 내다봤다.
◆ 판사봉은 여전히 인간의 손에?
로올(LawAll)이 보여주듯 AI는 그럴듯한 답을 지어내는 단계를 지나 신뢰할 수 있는 '검토하는 동료'의 자리까지 왔다. 그러나 법정에서 마지막까지 필요한 것은 '정답을 계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그 판단에 책임질 인간일지 모른다. 판사봉은 여전히 인간의 손에 있지만, 그 손이 들여다보는 기록은, 이제 로올과 같은 AI가 먼저 읽고 있다.
<이미지 생성 = 챗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