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가 뉴욕 가는 법…기획·생산·유통 다 따로 [참견하는 기자]

입력 2026-08-26 18:10
<앵커>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K-뷰티' 열풍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이 9조7천억원에 달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온라인몰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현지 매장까지 K-뷰티의 판매 접점도 넓어지고 있는데요.

오늘 참견하는 기자 시간에서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화장품이 미국이나 유럽의 매장 진열대에 올라가기까지 산업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K-뷰티의 독특한 밸류체인이 비결로 꼽히는데, 기획과 제조, 유통이 모두 다른 회사가 담당하고 있다구요?

<기자>

K-뷰티 산업은 브랜드와 제조, 유통과 판매가 각각 전문화돼 있는 분업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메디큐브의 에이피알, 조선미녀의 구다이글로벌과 같은 브랜드사가 제품의 콘셉트를 기획하고요.

이에 따라 코스맥스나 한국콜마 같은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가 연구개발과 생산을 담당합니다.

특히 K-뷰티 열풍이 확산되면서 ODM 기업들의 생산량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요,

코스맥스·한국콜마(HK이노엔 제외)·코스메카코리아 등 국내 ODM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2조9,5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합산 영업이익도 3,067억원으로 30% 늘었습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선호하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신제품, 특히 선케어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신규 수주도 늘어난 점이 주효했습니다.

<앵커>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게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일 텐데요.

K-뷰티의 유통 과정, 아무래도 해외와 국내에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같은 리테일러가 대표적이죠.

이전에는 브랜드사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로드숍 등에서 판매했다면, 이제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함께 입점되어있는 종합몰이 주요 채널이 됐습니다.

올리브영은 단순히 유통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사들의 제품력과 시장성을 살펴보고 선별해 입점시킵니다.

수많은 브랜드를 한 공간에 모아 소비자는 제품을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고, 브랜드사는 대규모 소비자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겁니다.

해외에도 올리브영과 같은 리테일러가 있는데요. 여기에 들어갈 때는 K-뷰티 브랜드와 해외 시장을 연결하는 기업 간 거래(B2B) 유통업체가 필요합니다.

실리콘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국내 제품을 매입해 해외에 재고를 배치하고, 현지 유통망이나 글로벌 리테일러에 대신 공급해줍니다.

<앵커>

올리브영과 실리콘투가 모두 유통이라는 큰 틀에서 같은 부분이 있지만 역할에서는 차이가 있는거군요.

<기자>

올리브영은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이 중심이고, 실리콘투는 해외 유통망 고객사를 상대로 한 B2B 도매 사업이 중심입니다.

절대적인 사업 규모는 올리브영이 훨씬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실리콘투가 더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요.

올리브영은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직접 운영해야 합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1,367개, 미국에서는 2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올리브영은 임차료, 매장 운영비,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발생합니다.

반면 실리콘투는 여러 K-뷰티 브랜드의 제품을 묶어 해외 리테일러에 공급하는 데요.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꺼번에 공급하면서 물량을 늘리고,들어가는 글로벌 유통망을 확대할수록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는 거죠.

해외에서도 예스아시아 등 국내 실리콘투와 사업모델 일부가 비슷한 기업들이 있습니다만 B2C 플랫폼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거든요.

즉, 브랜드와 판매 채널을 이어주는 B2B 영역에서는 실리콘투가 앞서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앵커>

그런데 브랜드사가 해외 리테일러와 직접 계약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중간에 유통 벤더가 필요한 이유가 뭡니까?

<기자>

해외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이 온라인 시장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K-뷰티 브랜드들이 해외 소비자를 만나는 대표적인 방법은 아마존이나 아이허브 같은 온라인 채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울타, 타깃, 부츠, 코스트코 같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판매처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현지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려면 통관과 규제에 대응해야 하며, 현지에 재고를 확보하고 이를 위한 물류망도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여러 국가의 환경을 파악하고 현지 재고를 관리하는 일을 개별 브랜드가 모두 하기에는 비용과 부담이 큽니다.

여기서 유통 벤더가 개입하면, 여러 브랜드의 제품을 묶어 공급할 수 있으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해외 진출에 필요한 물류와 유통 부담을 덜 수 있고요.

해외 리테일러 입장에서는 한국의 수많은 인디 브랜드와 각각 계약하는 대신 한 곳에서 여러 브랜드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K-뷰티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시장으로 확장될수록 글로벌 유통 벤더의 역할도 중요해지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앞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K-뷰티 업계가 주목하는 유럽 시장에서 이런 유통망을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하겠네요.

<기자>

최근 실리콘투는 CVC캐피탈파트너스가 설립한 투자목적법인으로부터 약 3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실리콘투는 해당 자금을 미국과 유럽에 보유한 기존 유통·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고, 또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데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번 투자 유치가 주목되는 이유는 CVC가 최대주주로 있는 유럽판 올리브영 '더글라스'에도 K-뷰티 제품들이 입점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현재 더글라스는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22개국에 약 2천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글라스에 입점할 경우, 유럽에서 개별 국가마다 유통망을 따로 구축하지 않아도 각국 매장에 한꺼번에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현지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유통하고 판매하느냐가 앞으로의 K-뷰티의 성장세를 좌우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이서후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