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이에 따른 환경변화가 크다. 지난해 한국동물병원협회장으로 취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최이돈 협회장(VIP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을 만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상’이 아닌 ’함께 사는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동물의료 현장에서도 전문화와 신뢰 구축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반려동물 시장의 변화부터 의료현장의 과제, 협회의 비전까지 최 회장에게 들어봤다.
키우는 시장에서 함께 사는 시장으로
최 회장은 최근 반려동물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인식의 확산을 꼽았다. “과거에는 사료, 용품,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관리에 소비가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건강검진, 전문진료, 영양관리, 재활, 행동교정, 노령동물 관리 등 사람의 생애주기 관리와 유사한 형태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호자들의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고 그는 말했다. “SNS와 AI 등을 통해 의료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단순히 가까운 병원을 택하기보다 의료진의 전문성과 진료 수준, 장비까지 비교해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에서 ’얼마나 안 아프게 나이 드느냐’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령화와 함께 암, 심장·신장질환, 치과질환 등 만성·중증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전문 동물의료 수요도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보호자들이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원하면서도 진료비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짚었다.
“정부도 진료비 부담 완화와 펫보험 활성화를 주요 정책 과제로 다루고 있다”며, 앞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단순한 양적 성장보다 전문화·고급화, 그리고 신뢰의 경쟁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좋은 의료기술을 갖추는 것만큼이나 진료의 필요성과 과정, 비용을 얼마나 투명하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보호자들이 선택하는 동물병원은 ’진료를 잘하는 병원’을 넘어 ’내 가족을 끝까지 믿고 맡길 수 있는 병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화되는 동물의료, 남은 과제는 '신뢰'와 '상생'
동물의료 현장에서 가장 크게 체감하는 변화는 전문화·고도화 속도라고 최 회장은 말했다.
“과거에는 수의사 한 명이 내과, 외과, 영상진단 등 대부분의 진료를 담당했다면, 최근에는 내과·외과·영상의학·치과·안과·종양·심장·신경 등으로 진료가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며 “CT, MRI 같은 첨단 장비 보급도 확대돼 과거 대학병원에서 주로 하던 고난도 검사·수술·중증환자 치료가 대형 2차 동물병원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우리나라 동물의료가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 변화라는 평가다.
다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고 했다. 첫째는 전문인력 양성과 인력 부족 문제다. “숙련된 수의사와 전문 의료인력 양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응급·중환자 진료나 야간진료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수의사뿐 아니라 동물보건사 등 전체 의료인력의 교육과 근무환경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높아지는 의료 수준과 진료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사이의 간극이다. “의료가 고도화될수록 진료비 상승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만, 보호자는 건강보험 없이 이를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그는 짚었다.
“현재 동물병원은 주요 진료비를 게시하고 있고, 정부도 지역별 진료비를 조사·공개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진료비를 낮추는 문제로만 접근하기보다 진료비 투명성을 높이고 펫보험을 활성화하는 방향이 함께 가야 한다고 밝혔다.
셋째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신뢰의 문제다. “왜 이 검사가 필요한지, 어떤 치료 방법이 있는지, 예후와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를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하고 보호자가 이해한 상태에서 치료 방향을 함께 결정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산업 성장과 관련해서는 “산업의 중심에는 결국 생명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펫푸드, 보험, 헬스케어, AI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과도한 상업화나 불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증가로 이어진다면 오히려 보호자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산업과 의료가 연결된다면 치료 중심을 넘어 예방, 조기진단, 건강관리까지 포함하는 ’생애주기형 헬스케어’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아무리 좋은 기술과 서비스가 나와도 보호자가 그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지속 가능한 시장이 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펫산업의 바람직한 성장은 ’얼마나 시장이 커졌는가’가 아니라 ’그 성장으로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삶이 얼마나 좋아졌는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보호자를 위한 조언, 그리고 협회가 그리는 미래
건강한 반려생활을 위해 최 회장이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아플 때 병원을 찾는 것’에서 ’아프기 전에 건강을 관리하는 것’으로의 인식 전환이다.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증상을 정확히 표현할 수 없고,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예방관리를 당부했다. 인터넷·SNS 정보에 대해서는 “나이·품종·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정보가 모든 반려동물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는 없다”며 진단·치료와 관련된 내용은 반드시 수의사와 상담해 확인할 것을 권했다.
병원 이용법에 대해서는 “모든 질환을 처음부터 대형·전문병원에서 볼 필요는 없다”며 “평소에는 가까운 1차 병원에서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받고, 필요하면 전문 검사·치료가 가능한 2차 병원에 의뢰받은 뒤 다시 1차 병원과 함께 관리하는 협력적 진료체계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려동물의 병력과 생활습관을 꾸준히 알고 있는 믿을 수 있는 ’주치의’를 만들 것을 권했다. “좋은 동물의료는 한 번의 좋은 치료가 아니라, 반려동물의 평생을 보호자와 수의사가 함께 관리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협회의 중점정책과 비전을 묻자 최 회장은 ‘성장, 상생, 소통’ 세 단어로 답했다.
“우리나라 동물의료 수준은 지난 20~30년간 매우 빠르게 발전했다”며 이제는 의료기술 발전을 넘어 수의사 개인의 성장, 동물병원의 성장, 반려동물 산업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성장의 의미다. 이를 위해 협회는 임상수의사 교육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고, 디지털 플랫폼과 AI 등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임상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특히 젊은 수의사들의 경력개발 지원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상생은 “1차 동물병원과 대형·2차 동물병원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의뢰와 회송을 통해 함께 발전하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이며, 수의사·동물보건사·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 구축까지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그가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은 소통이다. “진료비, 의료전달체계, 전문진료, 동물보건사, 펫보험 등 정책 과제에서 의료현장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내겠다”며 보호자와의 소통 강화도 함께 강조했다. “올바른 동물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보호자들이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협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협회가 단순히 수의사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수의사와 동물병원, 관련 산업, 정부, 그리고 보호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동물의료 환경을 만들고, 반려동물이 더 건강하게 살아가며, 보호자가 안심하고 동물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 최 회장은 협회의 방향을 다시 한번 힘주어 정리했다. “한국동물병원협회는 '성장·상생·소통'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중심으로 한국 동물의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가는 협회가 되고자 한다”는 것이다. 현장의 수의사이자 협회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그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결국 ’신뢰받는 동물의료’로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