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기에 '성장주'만 바라보면 안 된다더니…주가를 결정짓는 '뜻밖의 변수' [주식R]

입력 2026-08-23 22:00
수정 2026-08-23 22:11
"고금리 시대, 단순 고ROE 기업보다 ROE 높이는 방식에 주목" "성장성만큼 중요한 재무레버리지…고금리 장세 새로운 승부처"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 후반까지 올라선 가운데, 고금리 국면에서는 단순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기업보다 ROE를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LG, 현대모비스, GS 등이 꼽혔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에서 "현재 S&P500지수의 할인율은 4.7%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4.7%와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좁혀졌다"며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미국 정부보다 기업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결과로 해석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올해 1월 5.2%에서 7월 6.0%로 다시 커진 반면 S&P500 기업들의 기업의 효율성(ROE)는 같은 기간 20%에서 23%로 높아졌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는 동안 기업의 자본 효율성은 개선된 셈으로 고금리 국면에서 ROE 개선 여부는 주가 수익률에도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다.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ROE 자체보다 ROE를 높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봤다. ROE는 총자산이익률(ROA)과 재무레버리지 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금리가 오를 때는 이익 증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있어 투자 확대보다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한 재무레버리지 비율을 확대하는 기업의 주가가 더 좋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사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연방준비제도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던 2023년 3~10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3.5%에서 4.9%까지 상승했다. 당시 S&P500 내 ROE 상승폭 상위 3개 업종의 평균 주가 수익률은 10.4%로, ROE 하락 업종의 -4.5%를 크게 웃돌았다.

특히 자본지출을 통해 성장에 나선 기업보다 주주환원을 통해 재무레버리지를 높인 기업의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4개 분기 알파벳의 자본지출은 1324억달러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액 103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애플은 자본지출이 100억달러에 그친 데 비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819억달러를 투입했다.

6월 말 이후 알파벳 주가는 약 4% 하락한 반면 애플은 7% 상승한 것을 토대로 하나증권은 금리 상승 국면에서 투자 확대보다는 주주환원을 통한 자본 효율성 개선이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풍부한 잉여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 관심 대상으로 꼽혔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막대한 잉여현금을 활용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재무레버리지 비율을 높여 2026년 ROE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기아와 LG, 현대글로비스, GS,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코웨이, 두산밥캣 등을 제시했다. 기아의 시가총액 대비 올해 예상 잉여현금흐름(FCF) 비율은 13.7%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주요 기업 중간값인 7.2%를 크게 웃돌았다.

다만 미국 장기금리가 고점을 통과한 이후에는 투자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채 고금리를 유지했던 2023년 11월~2024년 8월에는 ROA가 상승한 업종의 평균 주가 수익률이 35%로 ROA가 하락한 업종평균 26% 대비 높았다. 금리 상승기에는 재무레버리지로 ROE를 높이는 기업을, 금리 고점 이후에는 ROA 개선으로 ROE를 높이는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연구원은 27일 발표되는 엔비디아 실적과 케빈 워시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확인하고 잭슨홀 미팅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최근 고점을 넘지 않는다면 4분기를 대비하는 방법은 2026년 대비 2027년 ROA 개선을 기반으로 ROE 상승 기대가 높은 AI 밸류체인 및 인프라 관련 기업들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짚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기, NAVER, LG전자, LS ELECTRIC, 효성중공업, 한미반도체, LX인터내셔널, 삼성E&A, 이수페타시스, LG씨엔에스, 대덕전자, 씨에스윈드, OCI 등을 ROA와 ROE가 동시에 개선될 가능성이 있는 종목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