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경찰의 거짓말로 허위 종결된 뒤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60대 남성의 유족이 경찰의 부실 초동 대응을 규탄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60대 남성 A씨의 유족은 이날 제주서부경찰서를 항의 방문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사과가 아니라 당시 경찰의 판단과 조치가 적정했는지에 대한 설명과 책임"이라며 "아버지의 사망에 대해 경찰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지난달 실종 신고 후 경찰로부터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는 말을 듣고 믿고 기다렸다"면서 "그러나 재신고 다음 날 경찰은 구좌읍 송당리에서 아버지를 찾았다고 연락이 왔고 우리가 만난 아버지는 백골 상태였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어떻게 경찰이 이렇게 거짓말을 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느냐. 이제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죽은 다음에 찾으면 뭐 할거냐"고 경찰 수사에 깊은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달 2일 A씨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두 차례 경찰서를 더 찾아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A씨의 유족은 "담당 경찰관은 '아버지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그 설명을 믿고 아버지를 기다렸다"며 "이후에도 계속 아버지가 연락되지 않아 다시 경찰을 찾았지만 경찰은 '실종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라'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가족은 경찰을 믿었지만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어제(22일) 아버지로 추정되는 분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순간 저희 가족은 무너졌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찾을 수 있었던 시간은 없었는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초 신고 이후 경찰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당시 판단과 대응이 적절했는지, 왜 적극적인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철저히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때까지 경찰은 무엇을 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경찰은 전날 제주 모처에서 A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지난달 2일 가족이 처음 실종 신고를 한 지 51일 만이다. 당시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B 경장은 가족들에게 "A씨가 무사하지만 가족들에게 소재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거짓말을 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B 경장은 경찰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관련 내용을 해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앞서 30대 여성 장미란 씨의 실종 사건이 B 경장에 의해 허위로 종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뒤늦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장 씨 관련 보도를 접한 A씨 유족이 지난 21일 경찰에 재차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 추적 등을 통해 하루 만에 도내 모처에서 숨진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유족 뜻에 따라 구체적인 사망 경위는 비공개하기로 했다.
실종사건 허위 종결이 잇따라 드러나자 국무총리는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했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제주를 찾아 사과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23일 잇따른 실종사건 부실 수사 문제와 관련해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경찰청에 긴급 지시했다.
한 총리는 "경찰이 실종신고 접수와 처리 과정에서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행위를 면밀히 확인하고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보고하라"며 "가용한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고 실종자 가족을 힘들게 하는 장난 전화나 가짜뉴스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대응하라"고 강조했다.
이날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직접 제주를 찾아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수사회의에서도 "전국 실종사건 처리에 대해 허위 종결처리가 없는지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제주경찰청에서도 철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실종자 수색에 나서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