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조 찾는다더니 1.3조 '증발'…'34조' 제값 받으려면 "풀어야 할 숙제 많다" [주식R]

입력 2026-08-22 23:05
수정 2026-08-23 08:08
카카오AI·카카오X로 인적분할 결의…AI와 투자 '두 갈래 승부' 주가↓ 지배구조 개편 결단에 시장은 냉랭…'카카오X→사업회사' 또 문어발 우려↑


카카오가 17조4,0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 할인 해소를 내걸고 인적분할 카드를 꺼냈지만 발표 당일 주가가 7% 넘게 떨어지며 시가총액 약 1조2,800억원이 사라졌다. 기존 주주가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받는 인적분할 방식임에도 투자자 실망 매물이 나오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우상향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분할 이후 AI 수익 모델의 구체화, 신규 핵심 사업 발굴이나 투자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카카오 주가는 정규장에서 직전일 대비 7.49% 내린 3만5,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기업분할 발표 이후 주가는 장중 13%대까지 급락하기도 했지만 카카오의 향후 사업 계획과 주주환원 예고 등이 반영되면서 낙폭을 일부 줄였다.

앞서 카카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기존 카카오 법인을 신설법인인 '카카오AI'와 존속법인 '카카오X'로 인적분할 하는 안을 결의했다. 두 회사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카카오AI가 0.36, 카카오X 0.64다. 기존 주주는 분할비율에 따라 두 회사 주식을 모두 배정받는다.

카카오는 12월 17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1일 분할을 완료하고, 같은 달 27일 카카오AI 재상장과 카카오X 변경상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이번 분할의 핵심은 카카오의 핵심 사업군인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광고·커머스를 연결하는 AI 회사 카카오AI의 신설이다. 하나의 카카오에 섞여 있던 AI 플랫폼과 자회사·투자 사업을 떼어내 각각의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과 경영진 먹튀, 창업주 구속, 계열사 리스크 전이 등 다양한 논란에 발목이 잡히며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작은 인적분할임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투자자들은 카카오가 기존 AI 사업에서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과거 '문어발 상장' '중복 상장' 등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력이 있는 터라 이번 발표 이후 위험회피 심리가 나타난 것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그룹은 과거 카카오게임즈(2020년)·카카오뱅크(2021년)·카카오페이(2021년) 등 계열사를 잇달아 증시에 입성시키며 '문어발식 상장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주주 입장에선 핵심 사업을 여러 상장사로 분산시키면서 복합기업 할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AI사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겠냐는 우려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상장사 5개, 비상장사 170개 등 총 175개로 전년 대비 194개에서 19개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다.

여기에 카카오X가 투자 회사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이번 인적분할 이후 지주사를 설립해 지주사(카카오X)→사업회사로 이어지는 만큼 또 한 번의 문어발 구조를 만들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 겸 CA협의체 그룹투자전략실장은 향후 "카카오X를 지주회사로 전환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카카오 주가는 이날 장중 13%대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올해 카카오는 이란전 발발 직후인 3월4일 장중 16.28%까지 하락한 적이 있지만 이후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한 거래일은 없었다.



카카오가 회사를 나누는 또 다른 이유는 기업가치다. 계열사 가치가 제대로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복합기업 할인을 해소하려는 목적이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달 국내외 증권사의 부분합산가치평가(SOTP) 컨센서스 평균을 기준으로 카카오그룹이 보유한 자산의 잠재가치는 34조2,000억원이다. 반면 최근 3개월 평균 카카오 시가총액은 16조8000억원에 그친다. 단순 비교하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보유 자산 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으로 보유한 사업과 자회사의 가치가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물적분할이 아니라 인적분할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기존 카카오 주주는 분할 이후에도 카카오AI와 카카오X 주식을 모두 갖게 된다. 성장성이 높은 AI 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내면서 기존 주주가 해당 회사 지분에서 배제되는 구조는 아니다.

일각에선 그간 카카오가 누적해 온 주가 하락세와 과거 계열사 상장 사례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분할로 인한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의미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X는 카카오AI와 달리 주가 할인율이 보다 명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지분 매각, 투자수익 실현, 배당 및 자사주 소각을 통한 순자산가치(NAV)의 주주 귀속 여부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인적분할 결정을 기업가치 재평가 시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DB증권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그동안 카카오 본업의 현금흐름이 주로 자회사들의 투자 및 의사결정으로 쏠렸던 점을 고려하면 재분배 및 기업 재평가 측면에서는 효율적인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수의 분할 및 자회사 상장을 해온 만큼 카카오 AI의 2030년 가이던스처럼 탑라인 고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AI 수익 모델의 구체화, 카카오X는 기업가치를 끌어올릴만한 신규 사업 핵심 사업 발굴이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