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백'도 소용없고, 유가도 오른다면…미국발 '히스테리' 경계할 때 [마켓무버의 국장 힌트]

입력 2026-08-21 07:41
수정 2026-08-21 08:52
미 증시 살펴보며 한국 증시 투자아이디어까지 찾는 마켓 무버입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일제 하락했습니다. 다우지수가 1.32% 떨어진 것을 비롯해 S&P 500과 나스닥 지수도 각각 0.87%, 1.00% 후퇴했습니다.

미국의 국채 장기 금리(=수익률)는 하루만에 반등했습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다시 연 4.7%를 넘어섰습니다.

어제 미 재무부의 국채 재매입(바이백) 규모 확대 정책을 소개하면서 '증시의 상승 폭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미국의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우려를 크게 씻어내는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겠다'고 설명드렸었는데, 이런 점들이 오늘 시장에 빠르게 나타난 겁니다.

최근 미 재무부가 주도하는 정책들, 엔저 저지나 장기채 금리 하락 효과가 기존보다 빠르게 지워져나가는 점을 주목할 만합니다.

미국의 실물 경제 움직임을 짐작할 수 있는 지표들도 발표됐습니다.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가 47.4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북동부 제조업체들의 경기 조사 기반으로 지수가 만들어지는데요. 이 곳에는 제약·바이오, 방산, 화학 기업들이 밀집해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의 체감 경기 상황은 분명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주체마다 경기를 바라보는 온도차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간밤 나온 미국 최대 오프라인 유통기업 월마트의 실적을 볼까요. 매출과 주당순이익 모두 예상보다 좋았지만, 저조한 매출 증가율과 컨센서스를 밑돈 3분기 EPS 전망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월마트는 미국의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마트입니다. 미국 사업부 매출의 약 60%는 식료품이 차지합니다. 일반적으로 월마트의 가이던스가 시장의 예상보다 약하다는 뜻은 미국 서민층의 소비가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월마트 실적의 세부 지표를 보면 평균 구매액은 1.1% 증가에 그쳤고, 거래 건수는 1분기 3% 증가에서 1.5% 증가로 하락했습니다. 고물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서민층들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고, 그 결과 이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닌가를 유추해볼 수 있겠지요. 월마트는 실적 발표 후 주가가 9.15% 내렸습니다.

또 하나 살펴볼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계획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 고립 작전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오는 24일 구체적인 제재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했지요.

베선트 장관은 '이란을 향해 최대 규모로 경제적인 제재를 가한다는 것은 대규모 확전 재개 가능성이 작다는 것인데, 시장이 이를 오해해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어제 악시오스에서 미군이 호르무즈의 남쪽 항로를 확보해 하루에 약 1천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한다고 보도한 점을 함께 보아야겠습니다. 이번에도 뉴욕타임스에서 미 해군이 호르무즈를 지나는 유조선을 은밀히 호위하며 원유 수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미 재무장관의 말대로 유가 상승이 시장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매일 2,500만 배럴의 원유가 지나던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달 여러 노력에도 일간 500만 배럴 수준의 원유만이 오가는 곳이 되었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니까요.

이란 제재 강화와 관련해 지켜볼 또다른 포인트는 미국과 이란 간의 불씨가 다른 나라들에 튈지 여부입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동맹국들에게 우리 편인지 혹은 우리에게 맞설 것인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을 향해서는 이란을 향한 에너지 제재 정책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당장은 이란과 오랜 에너지 수급 관계를 맺었던 인도 등의 국가들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 관련 '시범 케이스'가 될지 여부를 지켜봐야겠지요. 이란 문제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미국이 국제사회에 '히스테리'를 부리는 국면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겠습니다. 국제유가는 브렌트유 선물 기준 배럴당 93달러 선 위에서 움직이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