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 뉴욕증시에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관련주가 증시 상승을 주도했다. 암호화폐 관련주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입법 촉구와 제도권 편입 호재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유통 공룡 월마트의 실적 부진 여파로 미국 내 소비 둔화 우려가 다시 제기되며 소비재 섹터는 전반적인 약세를 나타냈다.
중동 긴장 가열에 유가 3주래 최고…에너지주 폭등
이날 증시에서 가장 강한 흐름을 보인 섹터는 단연 에너지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며 국제유가가 5거래일 연속 상승, 약 3주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점이 에너지주 전반에 강력한 매수세를 불어넣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 보복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역시 동맹국들과 연대해 이란을 향한 강력한 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구체적인 대이란 제재 및 압박 조치를 다음 주 월요일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이란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달으면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에너지 섹터의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트럼프 '클래리티 법안' 통과 촉구…암호화폐 관련주 연일 강세
암호화폐 관련 종목들은 전일에 이어 이날도 일제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미 의회를 향해 '클래리티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력 촉구한 점이 시장에 지속적인 호재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미 행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하이퍼리퀴드'를 현행 규제 체계에 맞춘 방식으로 미국 제도권 시장에 편입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권 안착 및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이 더욱 커지면서 관련 종목들로 자금 유입이 가속화됐다.
월마트 동일점포 매출 부진…소비 둔화 우려에 소비재 섹터 약세
에너지와 암호화폐의 강세와 달리 유통 및 필수소비재 섹터는 월마트의 실적 쇼크 여파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월마트의 분기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이 이례적으로 월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미국 내 실물 소비 위축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유가 기조 지속과 생활비 부담 누적으로 인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악화되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월마트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요 유통주는 물론 소비 관련주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됐다.
개별 종목군에서는 실적과 대형 파트너십, 사업 확장 여부에 따라 주가 희비가 엇갈렸다.
디어 (DE)
세계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 디어는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이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하며 주가가 6.9% 큰 폭으로 올랐다. 농기계 부문보다 건설장비 사업의 성장이 돋보였다. 미국 정부와 민간의 인프라 투자 확대는 물론, AI 데이터센터 건설 폭증으로 건설장비 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건설·임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해 회사 내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관세 환급 효과까지 더해지며 분기 이익이 3년 만에 반등에 성공했고, 회사가 연간 가이던스를 전격 상향 조정하면서 매수세를 끌어모았다.
알리바바 ADR (BABA)
중국 이커머스 거물 알리바바 ADR은 엇갈린 1분기 실적 발표 속에서 변동성을 보인 끝에 낙폭을 대부분 만회하고 1.26% 상승 마감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9% 증가해 예상을 웃돌았으나, 글로벌 및 중국 내 AI 주도권 확보를 위한 막대한 인프라·데이터센터 투자로 인해 순이익이 75% 이상 급감하며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씨티그룹은 현금 유출 지속 및 자금 조달, 투자 대비 회수율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알리바바 경영진은 이번 분기 AI 관련 연환산 매출이 100억 달러(전 분기 약 73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으며 3년 내 AI 투자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피력해 시장 불안을 잠재웠다.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 (SMCI)
반면,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는 지난 3월 발생했던 수출통제 위반 사건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당시 직원 및 계약업체 관계자가 제한 품목을 우회 반출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으나, 회사의 자체 조사 결과 고위 경영진의 관여 증거나 실제 유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스크 해소 소식 속에 주가는 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메이플베어 (CART)
식료품 배송 플랫폼 인스타카트의 모기업 메이플베어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대형 신발 유통업체 풋락커와 신규 파트너십을 체결, 미국 내 1,000개 이상의 매장을 인스타카트 플랫폼에 입점시킨다는 소식이 호재가 됐다. 식료품을 넘어 의류 및 운동화 배송 등 일반 소매 영역으로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종가 기준 0.7% 상승했다.
우버 (UBER)
앞서 두바이 진출을 선언했던 우버와 바이두는 실제로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본격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두바이 일부 지역에서 우버 앱으로 차량을 호출하면 운전석이 비어있는 바이두의 '아폴로 고(Apollo Go)' 자율주행차량이 배치되는 방식이다. 향후 운행 지역 확장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는 0.6% 상승세를 탔다.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CRWD)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엘리아 자이체프 글로벌 최고기술책임자(CTO)의 전격 사임 소식에 하락했다. 자이체프 CTO는 회사를 떠나 '코그니션'이라는 신규 벤처를 설립하고 1억 7,000만 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그가 "AI 및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새로운 보안 위협이 급증하면서 사이버보안 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언급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 리더가 이탈함에 따라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종가기준 5.6% 하락했다.
오은비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