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명 죽이나 3명 죽이나"…세 모녀 노린 10대 중형 선고

입력 2026-08-20 12:45
수정 2026-08-20 13:21
징역 20년 '법정 최고형' 구형했으나 장기 10년·단기 7년 선고


올해 초 강원 원주시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흉기로 살해하려 한 10대가 최대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20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부(김지현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특수주거침입, 청소년성보호법상 성 착취물 제작 등 혐의로 기소된 A(16)군에게 징역 장기 10년에 단기 7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기관 등에 7년간 취업 제한, 5년간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검찰이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명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군이 범행에 앞서 살인청부업자 고용 방법과 범행도구를 알아보고 공동현관문 비밀번호와 피해자 가족의 부재 시간까지 파악한 점 등을 근거로 범행이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 조사 과정에서 A군이 '1명을 죽이나 3명을 죽이나 똑같고, 빨리 죽이고 발각되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생명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나 진지한 반성 태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군은 지난 2월 5일 오전 9시 12분께 원주시 단구동 한 아파트에서 40대 B씨와 10대인 큰딸 C양, 작은딸 D양에게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군의 범행으로 B씨는 목 부위를 크게 다쳤으며 C양과 D양도 오른쪽 팔과 어깨 등에 상처를 입었다.

A군은 피해자들을 살해하기 위해 상당 기간 범행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에서는 '살인 청부'를 검색하고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구하려 한 기록 등이 발견됐다.

피해자를 속여 아파트 공동현관문 비밀번호와 아버지가 집을 비우는 시간도 미리 파악했다. 범행 당일에는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공동현관을 통과한 뒤 피해자들의 집 앞에서 35분간 기다렸고, 이후 B씨가 집 밖으로 나오자 집 안으로 들어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또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피해자와 영상통화를 하며 벌칙 등을 구실로 피해자에게 성적인 행위를 요구하고, 몰래 영상통화를 녹화해 성 착취물을 제작하기까지 했다.

범행 직후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인근 화단에 숨어 있던 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A군은 피해자가 자신의 사생활에 간섭한다는 이유로 세 모녀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군의 범행이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중대한 범행이라고 판단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상 소년범에게 처할 수 있는 유기징역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둔 부정기형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소년에게 부정기형을 선고할 때는 최대 장기 15년에 단기 7년을 선고할 수 있으나 재판부는 징역 10년에 단기 7년을 내렸다.

한편 사건 이후 피해자 가족은 미성년자가 저지른 강력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제기했다. 해당 청원은 동의자 수 5만명을 넘어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