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교통사고를 수사하면서 피의자에게 피해자와의 합의를 권유하는 등 선처해준 대가로 회식비와 양주를 요구한 60대 경찰 간부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14부(손승범 부장판사)는 뇌물요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모 경찰서 소속 60대 경감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 경감은 지난해 5월 자신이 배당받은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건 피의자 B씨에게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권유하고 회식비 30만원과 5만2천원 상당의 양주 1병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후 실제로 피해자들과 합의했고, A 경감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죄를 제외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만 그를 입건했다.
B씨는 지난해 4월 25일 오전 0시 20분께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연수구까지 5㎞를 혈중알코올농도 0.114%의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다가 신호 대기 중이던 택시를 들이받은 혐의를 받았다.
이후 A 경감은 피의자신문을 받고자 출석한 B씨에게 "조사는 잘 끝났고 조만간 회식을 할 건데 회식비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며 "회식 날 경찰서로 현금 30만원을 가지고 와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통해 "경찰서 올 때 마트에서 양주 한 병 부탁해요"라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A 경감은 조기 합의 직후 택시 승객 등 피해자들의 진술은 듣지 않고 B씨만 면담한 뒤 단순 음주운전죄로 입건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경감은 재판에서 B씨에게 금품을 요구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없어 뇌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경감이 범죄 수사라는 경찰공무원의 전형적 직무와 관련해 B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경찰공무원이 피의자에게 먼저 금품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것은 직무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시킬 우려가 커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교통조사 업무를 맡은 몇 년간 정직 3개월과 2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면서도 "초범이고 장기간 경찰로 복무하며 다수의 표창을 받은 점, 수수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경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올해 초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