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령 세우타로 몰려들었던 대규모 불법 월경 사태는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이주민 수천명이 지역 사회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후안 헤수스 비바스 세우타 자치행정수반은 "세우타 전체인구가 8만 3,000명인데 현재 남은 이주민 5,000명이라는 숫자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3주 전 7만여명의 이주민이 세우타로 밀려들었다가 대부분 며칠 만에 돌아갔지만 남은 이주민 수가 도시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인도주의적 위기를 낳고 현지 주민들에게도 점차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게 WSJ의 전언이다. 현재 세우타에는 이들이 임시로 머무는 캠프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WSJ은 "세우타 주민들 사이에 분노가 커지고 있다"며 "주민 다수는 정부가 현지 주민과 이주민 모두에게 위험한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충분히 조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주민이 이주민들에게 식량과 돌봄을 제공하려 애쓰고 있다고도 전하면서도, "많은 주민은 젊은 이주민이 무리를 지어 거리를 배회하고 있어 더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WSJ에 "이민 자체엔 반대하지 않지만 이건 통제 불능 상태"라며 "병원 응급실이 과부하가 되고 이주민들이 제대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주민은 조깅할 때도 안전이 걱정돼 혼자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주민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있는 사바 하마드 씨는 "아침마다 음식을 얻거나 샤워하고 싶어 우리 집 밖에 누워있는 청년 수십명을 피해 발걸음을 옮기며 하루를 시작한다"며 "이 도시는 병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여성 이주민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도 주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위기 대응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엘마 사이즈 포용·사회보장·이주부 장관은 적십자사를 통해 매일 이주민 4,000명에게 식량과 기초 의료가 제공되고 있으며, 국제기구와 협력해 650만 유로의 긴급 자금을 배정했다고 밝혔다.
WSJ은 세우타에 남은 이주민 대부분이 모로코 청년들로, 세우타에서 극심한 빈곤을 겪고 있음에도 유럽 진입 기회를 얻기 위해 이 상황을 기꺼이 감수하려 한다고 전했다. 스페인 본토로 넘어가지 못할 바에야 세우타를 떠나지 않고 버티겠다는 게 이들 이주민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하마드 씨는 자신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이대로 계속할 순 없다. 모로코인들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