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시위 나선 'Z세대' 여성들한테…"몸매 과시한다" 비판 쏟아진 국가 [글로벌 pick]

입력 2026-08-19 19:48
수정 2026-08-19 19:55
경찰 버스 막아선 시위 여성에 "몸매 과시" 비난 가족까지 협박에…NYT "가부장적 사회의 위험"


인도에서 의과대학 입학시험 문제 유출 의혹 등을 계기로 불공정에 반발한 Z세대 시위가 확산한 가운데,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온라인 성희롱과 허위 정보 유포, 협박 등에 시달리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 서부 뭄바이에서 모델 겸 배우로 활동하는 리야 아히르(27)는 지난달 Z세대 정치운동 단체인 '바퀴벌레국민당'(CJP)의 대규모 시위에 참여했다.

아히르는 구금된 시위대를 태운 경찰 버스를 한 손으로 막아선 모습이 사진에 담겨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후 당시 옷차림이나 엉덩이를 다소 뒤로 뺀 자세 등을 두고 "몸매를 과시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가 인스타그램에서 149루피(약 2,200원)를 받고 성적 콘텐츠를 판매했다는 허위 내용도 온라인에 퍼졌다. NYT는 이 같은 공격이 힌두 민족주의 사상을 주창하는 익명의 계정들에 의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아히르는 NYT에 "(예상치 못한 주목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증오가 쏟아지기 시작했다"며 "그들은 나를 악마화하고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의 신뢰성을 훼손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뿐 아니라 가족까지 협박을 받는 사례도 나왔다. 델리에서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 운동가 다니시 알리의 친척 집에는 인도 경찰관들이 찾아가 "수사하고 있다"고 말하거나, 그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딸이) 학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겁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 집권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국회의원 칸가나 라나우트도 젊은 여성들을 비판했다. 그는 서구화된 인도의 젊은 여성들을 '하수구 세대'라고 부르며 "사회에 기여할 게 아무것도 없고 주부가 되기에도 부적합하다"고 비난했다.

앞서 모디 총리도 여성 시위자들의 욕설을 언급하며 "이 나라의 딸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문화적 충격"이라고 말했지만, 이들과 함께 구호를 외친 젊은 남성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NYT는 Z세대 시위 참가자 가운데 여성에게 유독 공격이 집중되는 배경으로 인도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여성 차별 의식을 지적했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여성들이 추가적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히르는 "'널 보면 산산조각 내버리겠다'고 말하는 사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며 "내 나라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면 정말 (온몸을 감싸는 인도 전통의상인) '사리'를 입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CJP는 지난 5월 실업 상태인 젊은이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한 수리야 칸트 인도 대법원장의 논란성 발언이 알려진 뒤 만들어졌다.

이후 전국 의대 (학부) 입학 자격(NEET) 시험을 앞두고 문제 유출 의혹이 불거지자 뉴델리에서 약 2개월간 시위를 주도했고, 다르멘드라 프라단 교육부 장관의 사퇴를 끌어냈다.

(사진 = NYT,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