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미국 육군의 차륜형 자주포 시제품 제작사로 단독 선정됐습니다.
독일, 영국 등을 제치고 단독으로 본선에 오르면서 500문에 달하는 양산 계약 체결에도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방산전문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한화에어로가 K방산 처음으로 미국을 뚫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미국 육군은 오늘(19일) 오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방산 자회사인 한화디펜스 USA와 K9 자주포 시제품에 관련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미 육군은 이번 계약에 따라 앞으로 4년간 최대 18문의 K9 자주포를 시제품으로 공급받아 실전에서 전투력과 유지·보수·정비력 등을 검증하게 됩니다.
계약 규모는 우리 돈 약 3,700억 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제품 계약임에도 업계가 떠들썩한 건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 시스템즈 등을 제치고 시제품 제작 업체로 단독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미 육군은 노후화된 견인포를 대체하기 위해 기동성이 높은 차륜형 자주포를 구매하겠다며 제작사를 고르는 중입니다.
시제품을 써보고 만족하면 500문에 달하는 양산품도 주문하겠다는 건데 10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한화에어로는 기존 K9 자주포의 궤도를 8개의 타이어로 갈아 끼운 차륜형을 내세웠습니다.
글로벌 자주포 시장 1위 제품인 K9을 K9MH라는 미국 맞춤형으로 재탄생시킨 건데 승무원 없이 원격으로 장전, 사격하도록 자동화 포탑도 탑재시켰습니다.
또 40발의 포탄을 실은 채 분당 10발 가까이 쏠 수 있는데 재사격에 걸리는 시간은 30초가 채 안 됩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이 포 진지를 빠르게 찾아내면서 포를 쏘고 얼마나 빨리 자리를 뜨는지가 좋은 자주포의 척도가 됐습니다.
<앵커>
한화에어로가 양산으로 가는 관문을 유일하게 통과한 건데요.
경쟁자들을 어떻게 따돌린 건가요?
<기자>
미 육군의 까다로운 요구 조건 가운데 긴 사거리와 현지 생산을 충족한 게 주효했습니다.
미 육군은 기존에 쓰던 자주포의 사거리를 크게 늘리는 사업을 추진했는데 포신의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자 중단했습니다.
신무기 연구 개발에 애를 먹자 가까운 나라가 쓰는 무기를 들여와 성능을 개량시키기로 한 겁니다.
전력화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현지 생산도 전제로 했습니다.
마침 한국에서 미군과 같은 155mm 포탄의 사거리 연장형이 출시됐고 폴란드와 호주에서는 한화에어로의 K9이 현지 생산되고 있었습니다.
더 살펴보니 K9은 2022년 현지에서 외국산 무기 가운데 최초로 미 신형 포탄을 발사하는 실사격 시험도 치룬 바 있습니다.
미 육군이 관심을 보이자 한화에어로도 선제적으로 2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난 4월 앨라배마주에 K9 계열 자주포 생산 거점을 세웠습니다.
아칸소주에는 155mm 포탄에 들어가는 폭약과 추진체 소재 생산 공장 건설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주포를 넘어 탄약도 현지에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자 미 육군이 손을 내민 겁니다.
<앵커>
관건은 시제품에 이어 양산품을 잡아내느냐인데요.
가능할까요?
<기자>
경쟁자 없이 혼자 보는 시험이라 사실상 9부 능선은 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화에어로는 498문의 자주포 본체뿐 아니라 수리, 교육 같이 수십 년 수명 주기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걸 넘보고 있습니다.
KB증권은 폴란드에 판매한 K9 판매가를 미국에 대입하면 본체만 10조 원, 탄약 보급차 패키지에 수리, 교육을 더하면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업은 숫자만 볼 게 아닙니다.
미국에서 유럽을 꺾고 무기를 조달한다는 점, 현지 생산을 통해 방산 협력의 정도가 한 단계 깊어졌다는 점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K9의 경우 유럽,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 11개국이 운용 중인데 세계 최고의 군사 강국인 미국이 합류하면 K9에 실리는 무게감이 달라집니다.
미 육군이라는 레퍼런스를 쌓게 되면 추가 수출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앵커>
방산인사이드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