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들이 해외 사업 호조로 실적을 개선하고도 국내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개선된 기업 상당수는 경영진 보수까지 늘리면서 원가 부담은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실적 잔치'를 벌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농심은 올해 2분기(4∼6월) 연결 기준 매출 9천561억원, 영업이익 593억원, 순이익 5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0.2%, 47.6%, 50.1% 성장한 수치다.
상반기(1∼6월) 기준으로는 매출 1조8천901억원, 영업이익 1천267억원, 순이익 1천153억으로 1년 새 각각 7.3%, 31.7%, 30.2% 늘었다.
하지만 농심은 이달 1일부터 국내에서 주요 용기 라면,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8% 인상했다. 장기간 지속된 고환율·고유가로 포장재를 비롯한 자재 가격이 뛰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농심은 "올해 2분기 해외사업(수출 및 해외법인)의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면서도 "고환율·고유가 여파에 따른 포장재 등 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원가 부담이 심화하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1∼3월)와 견줘 32.0%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역시 올해 상반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0%, 0.3% 늘어난 1천46억원, 453억원으로 나타났다.
해외 매출이 각각 12.3%, 15.1% 증가하며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오뚜기는 국내 제품 가격은 잇따라 올리고 있다. 지난달 16일부터 후추류 가격을 17.0%, 당면류를 10.0%, 카레류와 케첩류를 각각 6.1% 인상한 데 이어 다음 달 7일부터는 컵라면 11개 브랜드 29개 품목과 만두 3개 브랜드 16개 품목의 평균 출고가를 각각 6.7%, 7.7% 인상한다.
풀무원의 수익성 개선 폭은 더욱 컸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37억원으로 41.9% 증가했고, 2분기에는 26.0% 늘어난 246억원을 기록했다.
풀무원 역시 해외 사업에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풀무원은 지난 13일부터 주요 유통 채널에서 판매되는 총 7개 제품군(간식·김치·냉동볶음밥·소스·계란가공·만두·면 밀키트) 30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평균 6.7% 올렸다.
최근 가격을 올린 식품기업들의 해외 사업 호조는 다른 업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말과 지난달 말 각각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롯데칠성음료와 CJ제일제당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지만 해외 사업에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삼양식품, 빙그레, 오리온, 롯데웰푸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도 내수 시장 침체에도 K푸드 인기에 따른 해외 법인의 성장에 힘입어 2분기와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식품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을 바라보는 소비자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최근 식료품 가격 인상과 관련해 "현재의 비용 부담이 아닌 향후 예상되는 원가 상승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나 수익성 확보 등을 위한 결정은 아니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 점유율이 높은 제품의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 지배력을 활용한 가격 결정은 아니었는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과 함께 경영진 보수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보수 공시를 보면 농심 신동원 회장은 올해 농심과 농심홀딩스에서 상반기 보수로 총 14억5천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 증가한 수치다.
오뚜기 함영준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5억4천만원을 수령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5.9% 늘어난 것이다.
풀무원 이우봉 총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반기 보수로 5억2천800만원을 받았다. 이 CEO의 지난해 상반기 보수는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해외 사업 호조를 바탕으로 실적이 좋은 식품기업들의 경영진 보수는 일제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상반기 보수는 지난해 22억1천200만원에서 올해 24억200만원으로 8.6% 늘었다. 삼양식품 김정수 회장의 올해 상반기 보수는 지난해 상반기와 견줘 17.2% 증가한 8억9천417만원이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로부터 상반기 보수로 각각 21억5천300만원, 16억7천400만원을 수령했다.
이를 합하면 총 38억2천700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합산 보수 대비 12.8% 증가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올해 CJ제일제당에서 상반기 보수로 지난해와 동일한 19억5천900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