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재무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매출 감소와 원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면서 수익성은 악화되고 금융권 대출 문턱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져 추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거나 높은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문제는 단순히 외부 경기만이 아니다. 많은 중소기업이 내부적으로도 가지급금, 가수금, 미처분이익잉여금 같은 재무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런 항목들은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무조사나 기업 승계, 금융기관 평가 과정에서 기업의 발목을 잡는 핵심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결국 외부 경기 침체와 내부 재무 리스크가 동시에 겹치면 기업 경영은 급격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중소기업들이 주목하는 전략 중 하나가 바로 특허권 자본화다. 특허권 자본화는 대표이사나 주주 개인이 보유한 특허권, 상표권 같은 지식재산권을 회사에 이전하고 그 가치를 기업 재무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특허권은 일정 기간 해당 기술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반적인 특허권은 출원일 기준으로 최대 20년 동안 보호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고 재무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 특허권 자본화는 보통 대표 개인 명의의 특허를 객관적인 가치평가를 거쳐 회사에 양도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대표는 특허 양도 대가를 지급받고 회사는 이를 무형자산으로 회계 처리한다. 이후 기업은 해당 자산을 감가상각 방식으로 비용 처리할 수 있어 세금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세법상 특허권 양도 대가는 일정 요건 아래 기타소득으로 분류될 수 있어 일반 급여나 배당보다 세금 부담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필요경비 인정 비율이나 과세 방식은 거래 구조와 계약 형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
기업 측 역시 특허권 취득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뒤 내용연수에 따라 감가상각할 수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산업재산권의 법정 내용연수를 일반적으로 5년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과거처럼 7년간 균등 상각이라고 단정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실제 세법 기준과 회계 처리 방식을 정확히 검토해야 한다.
특허권 자본화가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가지급금과 미처분이익잉여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지급금은 대표가 회사 자금을 임시로 사용한 뒤 정리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이 항목이 장기간 누적되면 인정이자 부담이 발생하고 세무 리스크도 커진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재무 건전성이 낮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한 제조기업 대표가 개인 명의 특허를 회사에 양도하고 받은 대금으로 기존 가지급금을 정리하면 기업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금융권 신용도를 개선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적법한 가치평가와 실제 권리 관계가 명확할 때 가능한 이야기다.
미처분이익잉여금 관리 측면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은 장기간 이익이 누적되면 비상장주식 가치가 높아지고 이후 상속이나 증여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때 특허권 자본화를 통해 일부 자금을 합법적으로 이전하고 비용 처리 구조를 만들면 재무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업승계 전략과 연계해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자녀가 개발한 기술을 특허로 등록한 뒤 회사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녀는 합법적인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기업은 무형자산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 과정 역시 실제 발명 여부와 기술 기여도가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이름만 올린 특허는 인정받기 어렵다.
특히 주의해야 할 부분은 과세당국과 법원이 특허권 거래를 매우 엄격하게 본다는 점이다. 대표와 회사 간 거래는 대부분 특수관계인 거래에 해당하기 때문에 거래 금액과 절차를 세밀하게 검토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두 가지다. 첫째는 실제 발명자가 누구인지다. 회사 자금과 설비를 이용해 직원들이 개발한 기술을 대표 개인 명의로 등록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업무상 배임 문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연구 노트, 개발 기록, 회의 자료 등 실제 발명 과정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 둘째는 가치평가의 적정성이다. 객관적인 감정평가 없이 지나치게 높은 금액으로 특허를 거래하면 세무당국이 이를 부당 거래로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세금 추징은 물론 가산세 부담까지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특허권 자본화는 단순한 절세 기법이 아니다. 상법과 세법, 특허법이 함께 연결된 고도의 재무 전략에 가깝다. 제대로 활용하면 중소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무리하게 접근하면 세무조사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 따라서 특허권 자본화를 검토하는 기업이라면 초기 단계부터 목적과 구조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특허의 실제 활용 가능성과 권리 관계를 먼저 점검하고, 감정평가와 계약 절차 역시 객관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글 작성] 김병찬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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