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규정은 위험한 발상"…'하영 증조부 논란'에 역사학자 입 열었다

입력 2026-08-12 06:24
수정 2026-08-12 06:32
심용환 "구체적 친일 부역 확인 전엔 단정 신중해야" "고종 독살설은 풍문…주치의 만으로 친일 규정 안돼" 대정친목회 가입·일제 홍보 기록은 비판


배우 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학자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 소장이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면 친일파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종 독살설 역시 역사적 사실로 보기 어렵다며 관련 의혹이 지나치게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소장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최근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심 소장은 "갑자기 어떤 여배우의 증조부 문제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더불어 역사학계가 그의 증조부가 '친일 맞음'이라고 규정했다는 기사까지 떴다"고 적었다.

먼저 하영의 증조부가 고종의 주치의였다는 사실과 함께 제기된 고종 독살설에 대해선 사실과 풍문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1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풍문에 불과했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간주된다"며 "냉정히 말해 10년간 일본에 아무런 저항을 않던 고종을 갑자기 일본이 독살할 이유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당시 주치의라고 해서 그를 친일파로 모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덧붙였다.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봤다. 심 소장은 "당시 엘리트였고 대정친목회 등 친일파들이 많이 참여했던 단체에 소속된 것, 일본의 시정 홍보에 집안이 사용된 점 등에서 만년에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라는 것은 맞다"고 했다.



다만 특정 단체 가입이나 관련 기록만으로 친일파로 규정하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확한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특정 단체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친일파'라고 규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관련 연구 논문 역시 개화기 때의 인생을 연구한 것일 뿐 친일파라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확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지나치게 단정적으로 소비됐다는 지적도 내놨다. 심 소장은 "상황이 엉뚱하게 커져 대중이 고종 독살설을 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언론이 단 한 학자의 발언을 '역사학계'의 공식 입장으로 단정 지으면서 결국 그녀는 친일파의 후손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하영이 방송에서 집안 내력을 소개한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여배우의 잘못이라면 그러한 가족사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진실한 반성이 없었다는 점"이라면서도 "하지만 조상의 좋은 것만 기억하고 자랑을 일삼은 우리의 일상과도 별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친일 부역 행위가 밝혀진다면 그는 친일파가 되겠지만, 그것은 밝혀진 다음에나 할 이야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하영이 지난 7일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집안 내력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하영은 "증조부께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말했다. 증조부부터 할아버지, 아버지, 언니까지 4대째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도 공개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에서는 하영의 증조부가 근대 의사 안상호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졌다. 안상호가 1916년 서울에서 조직된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과 1918년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등장한 내용 등이 논란의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사진 =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심용환 SNS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