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 친일 사실무근"이라더니 하루 만에 번복…하영, 뒤늦게 결국

입력 2026-08-11 11:19
'친일단체'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 확인…소속사 "사실무근" 입장 사과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내지화한 의사로 소개


배우 하영이 '4대째 의사 집안'으로 알려진 가운데 증조부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을 둘러싼 친일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안상호가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에 일본식 생활을 받아들인 '내선일체'의 사례로 소개된 기록이 재조명되면서 관련 행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영은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부께서 한양에서 최초로 양의원을 개원하셨고, 고종 황제를 진료하셨다"고 밝혔다.

방송 이후 하영의 증조부로 안상호가 거론됐다.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동경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인 최초로 일본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인물로 알려졌다. 1904년 귀국한 뒤 순종의 전의(典醫)와 이왕직 촉탁의 등을 지냈으며, 한국 최초의 양의원을 개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안상호의 일제강점기 행적이 담긴 신문 기사도 다시 주목받았다. 1918년 12월 10일 조선총독부 기관지였던 매일신보에는 '완전히(全然) 내지화(內地化)한 의사 안상호 씨의 가정'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인터뷰에서 안상호는 자신의 생활 방식이 일본인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일본 사람과 똑같다. 나는 지금 조선 옷은 한 벌도 없다. 그리고 음식도 매운 것은 조금도 못 먹는다. 일본 사람과 똑같다. 그러하니까 불편한 점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안상호의 이름은 고종의 독살설을 다룬 기록에도 등장한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의 비 이방자 여사는 수기 '이방자수기'에서 "뜻밖의 소문을 들었다. 조선총독부에서 시의(侍醫) 안상호에게 독살할 것을 명령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궁내부 사무관이었던 일본인 곤도 시로스케 역시 회고록 '이왕궁비사'에서 "전하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민병석 및 윤덕영이 총독부 대관과 모의해 안상호에게 명하여 독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유언비어가 있다"고 기록했다.



다만 해당 내용은 당시 유언비어나 기록에 등장하는 주장으로, 안상호가 실제로 고종 독살에 관여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또 독립기념관 책임연구위원을 지낸 이정은 박사는 2009년 KBS '역사스페셜' 인터뷰에서 "성공한 한국 남성이 일본인 여성과 가정을 이룬 점에서 안상호는 당시 내선일체 모범 사례로 꼽혔다. 일반 대중 사이에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보니 독살설에 연루된 게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하영 측은 앞서 안상호의 친일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관련 기록을 추가로 확인한 뒤 이를 수정했다.

하영의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11일 추가 입장문을 내고 "저희가 앞서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렸던 부분에 대해 추가 확인 결과, 증조부 안상호 선생이 1916년 대정친목회의 평의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는 기록이 실제로 존재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분한 검증 없이 '사실무근'이라 성급히 답변해 혼란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적 사실과 한 인물의 이력을 대중에 전하는 일에 얼마나 신중한 검증이 필요한지 이번 일을 통해 깊이 깨달았다"며 "하영 역시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욱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로 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하영은 2019년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로 데뷔한 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모범형사2', '이두나!' 등에 출연했다. 지난해에는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간호사 천장미 역을 맡아 주목받았으며, 최근 공개된 '이런 엿같은 사랑'에서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다.

(사진 =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캡처, 국립중앙도서관, KBS '역사스페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