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 팬들이 영화 속 캐릭터 도비의 '무덤' 지키기 위해 전력 공사의 노선을 바꿨다고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비는 조앤 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와 이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 시리즈에 나오는 집 요정 캐릭터다. 도비는 주인공 해리를 돕다가 죽음을 맞았는데, 해리가 그를 묻는 장면은 웨일스 펨브로크셔에 있는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에서 촬영됐다.
이 해변은 영국 문화유산 관리 기관 내셔널 트러스트 소유다. 이곳에 설치됐던 해리 일행의 피난처 '셸 코티지' 세트장은 철거됐지만 팬들은 도비의 가상 무덤을 여기 만들어 '여기 해방된 요정 도비가 잠들다', '도비, 편히 쉬기를' 등이 쓰인 돌들을 쌓았다.
영국과 아일랜드를 잇는 4억3천만파운드(약 8천23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 전력망 '그린링크' 프로젝트가 영국 에너지 기업 내셔널 그리드에 의해 추진되면서 전력망이 프레시워터 웨스트 해변을 지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자 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프로젝트의 매니저 사이먼 루들램은 BBC와 인터뷰에서 "정말로 전화 수백 통이 걸려 왔다"고 전했다.
루들램은 "한 동료가 '우리가 도비 무덤을 직통으로 지날 것 같다'고 하기에 '도비가 누군데?'라고 되물었다"며 "허구의 캐릭터인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자 동료가 '아니다, 정말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빗발치는 항의에 회사는 '도비의 무덤' 부분을 피해 새로운 노선을 설계하기로 했다.
루들램은 "(변경된 노선이) 진짜 청동기 시대 유적에 꽤 가까워졌지만, 도비의 무덤은 피했다"며 "많은 사람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내셔널 트러스트는 '도비의 무덤'을 일단 그대로 남겨두는 데 동의했으나 생태 환경을 위해 방문객들에게 양말 등 '추모 물품'은 남기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