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연맹(UE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이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들 세 연맹은 10일 '축구 가족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축구는 어떤 개인이나 기관의 소유가 아니다"라고 밝히며, 월드컵 등 FIFA 주요 대회의 상업적 권리를 민간 투자자에게 넘기려던 인판티노 회장의 최근 행보를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FIFA가 월드컵과 주요 대회 운영을 전담할 새 영리 법인 'FIFA 포워드 엔터프라이즈(FFE)'를 세우고, 지분 매각을 통해 최대 42억달러(약 6조원)를 조달하려는 계획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UEFA는 월드컵을 포함한 FIFA 주관 대회 보이콧 의사를 밝혔고,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 축구협회는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리세 클라베네스 노르웨이축구협회장은 공개적으로 인판티노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자 해당 계획은 결국 철회됐지만,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 연맹은 서한에서 "지난 10년간 성장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결코 한 개인의 성과가 아니다"라며 "FIFA와 각 대륙 연맹, 회원국, 축구에 헌신하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든 결과물"이라고 강조했다. 대회 규모 확대, 2030년·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회원국 자원 배분 등 모든 결정이 공동으로 이뤄진 것이며 이런 방식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이들은 특히 "축구계의 리더십은 '재산'이 아니며, 권력을 잡거나 요구하는 것에 관한 것이 아니다. 리더십을 위임한 축구 가족에 대한 봉사의 의무"라며 "기만을 통해 신뢰가 깨지고, 개인이 자신에게 권한을 맡긴 공동체 위에 군림할 때 그 의무는 저버려진 것"이라고 인판티노 회장을 정면 겨냥했다.
세 연맹은 지분 매각 논의 과정과 이후 FIFA의 대응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부회장단과 211개 회원국 협회에 보낸 FIFA의 최근 서한은 그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면서도 "이 사안을 단순한 소통의 실패로 치부하고 있으나 축구계가 목격한 것은 판단의 실패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촉박한 일정 속에 의미 있는 협의 없이, 회원국들이 조건을 적절히 검토하기 전에 마감 기한을 향해 밀어붙여진 제안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검증을 제한하고자 의도된 계획의 산물"이라며 "FIFA의 서한은 제안 자체에 내재적 결함이 있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세 연맹은 또 FIFA가 자체 조사를 거쳐 결과를 평의회에 보고하겠다고 한 방침에 대해서도 "FIFA 자체나 그 임직원, 혹은 축구계 내부의 그 어떤 주체도 아닌 완전히 독립된 제삼자에 의해 조사가 수행되어야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축구의 힘은 언제나 통일성과 단결력에 있었다"며 "우리는 지금 축구를 지배하려 하기보다 봉사하는 리더십을 통해 단결력이 존중받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FIFA 211개 회원국 가운데 UEFA 소속은 55개국, AFC는 46개국, CONCACAF는 35개국이 포함돼 있다. 다만 AFC와 CONCACAF 일부 국가는 인판티노 회장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혀왔으며, 아프리카축구연맹(CAF)과 남미축구연맹(CONMEBOL) 역시 그를 지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