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기에 편승한 위조 화장품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번지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에이피알은 지난달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 자사 브랜드 메디큐브의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점이 압류된 사실을 확인했다. 외형과 용기 디자인이 정품과 매우 흡사해 일반 소비자가 맨눈으로 구별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번 적발은 위조품 유통이 아시아권에서 동유럽까지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주요 생산·유통 거점은 여전히 중국이다. 지난달 초 중국 광저우시 백운구 공안국과 시장감독관리국의 합동 단속에서는 메디큐브 6개 품목 모방품 6,000여개가 압수됐고, 이 과정에서 스킨1004·아렌시아 등 다른 국내 브랜드 제품도 함께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위조상품 판매자들이 제3자 판매자 계정으로 브랜드 공식몰 사진과 설명을 그대로 복제해 정품 판매처처럼 꾸민 뒤, 실제 주문이 들어오면 중국산 위조품을 배송하는 방식이다. 조선미녀를 운영하는 구다이글로벌도 아마존·이베이 등에서 이런 방식의 가품 유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국내 플랫폼에서도 사례가 나왔는데, 퓨젠바이오의 화장품 브랜드 세포랩은 쿠팡·지마켓 일부 판매자를 통해 중국산 위조 제품이 유통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제조번호(LOT 번호)까지 동일하게 표기돼 외관만으로는 진위 구별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 안전이다. 가품 화장품은 제조시설과 원료, 품질관리 이력을 확인할 수 없어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졌는지 알기 어렵고,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 특성상 소비자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실제로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에서의 K-브랜드 위조 화장품 차단 건수는 2023년 1만6,774건에서 지난해 3만6,116건으로 늘었으며, 작년 차단 건수는 전년 대비 53.7% 증가했다. 관세청도 지난해 통관 단계에서 K-브랜드 위조물품 11만7,005점을 적발했는데, 이 중 화장품류가 4만1,903점(35.9%)으로 가장 많았고 발송국 기준 중국산이 97.7%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 집계에서도 온라인 가품 화장품 관련 소비자 상담이 2022년 79건에서 지난해 8월까지 131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화장품 업체들도 모니터링 및 정품 인증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제조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가품은 개별 기업이나 국내 행정력만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만큼 해외 세관과 수사기관, 온라인 플랫폼이 함께 참여하는 실효성 있는 국제 공조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