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에 관세 카드를 꺼냈습니다. 최근 SK실트론 인수를 결정한 두산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 미칠 영향에 관심이 일고 있는데요. 증권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전 기자, 이번 관세 조치의 핵심이 뭡니까?
<기자>
반도체 칩이 완성된 '케이크'라면, 폴리실리콘은 '밀가루'고 웨이퍼는 크림이 발라지지 않은 '빵 원판'입니다. 미국은 12월 4일부터 밀가루(폴리실리콘)와 빵 원판(웨이퍼)이 수입될 때 관세를 물리기로 했습니다.
웨이퍼의 경우 1킬로그램당 100달러 밑으로는 미국에 팔지 못하도록 최저수입가격을 정했고요. 여기에 15%의 관세까지 물리기로 했습니다. 중국산 저가 재료가 미국에 들어오는 걸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조치입니다.
<앵커>
잠잠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관세 카드를 들고나온건데,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까?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반도체 업계 전체의 근간을 흔들 치명적인 타격은 아닙니다. 반도체 제조 원가에서 실리콘 웨이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애초에 그리 높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웨이퍼 구매액은 전체 원자재 매입액의 12.4% 수준인 2조 3000억원이었고, SK하이닉스는 7%인 1조 242억원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양사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짓고 있거든요. 이번 관세 조치에는 관세 환급 부분이 있는데,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우방국의 원자재를 활용해 생산하는 경우 관세를 환급한다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앵커>
또 눈길이 가는 곳은 두산입니다. 최근 SK실트론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하필 SK실트론이 웨이퍼를 만드는 회사 아닙니까.
<기자>
최근 두산이 SK실트론 지분 70.6%를 SK로부터 2조3천억원에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이번 관세 부과 소식은 이 결정이후 딱 7주일만에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최종 인수 마무리 시점이 내년 1월인데다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에 대한 매각 협상도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관세 부과 소식이 향후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입니다.
SK실트론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웨이퍼 시장에서 17.9%의 점유율로 3위권 수준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두 회사향 매출 비중은 50% 정도로 추정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인수하자마자 SK실트론이 관세 폭탄을 맞은 거네요?
<기자>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세금을 미국 세관에 직접 내는 주체는 웨이퍼를 수입하는 반도체 고객사들입니다.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들이죠. SK실트론이 부담하는 세금은 없습니다.
다만, 고객사 입장에서는 수입할 때 15% 세금을 먼저 내야 하니 원가 부담이 커지죠. 당장 납품업체인 SK실트론을 향해 '관세 때문에 비싸졌으니 납품 단가를 깎아달라'고 압박하게 될겁니다. 장부상 세금은 고객사가 내지만, 결국 깎이는 마진 타격은 SK실트론이 일부 부담하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세금을 낸 미국 고객사가 나중에 세금을 돌려받으려면 '수입한 웨이퍼에 중국산 재료가 단 1%도 섞이지 않았다'는 걸 미국 세관에 증명해야 합니다. 관련 자료를 SK실트론이 꼼꼼히 만들어서 고객사에게 제공해야 하니, 행정적 부담까지 떠안게 된 단기 악재인 겁니다.
<앵커>
당장 셈법이 참 복잡해졌는데, 앞으로 이런 미국의 압박이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까?
<기자>
이번에는 실리콘과 웨이퍼까지만 관세 부과 대상으로 설정했죠. 하지만 추후 규제의 범위가 더욱 넓어질 수 있습니다.
가령 2차전지에 대해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한 사례죠. 중국산 광물이 들어간 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달아서 전기차에 보조금을 끊었던 것처럼 말이죠. 한국에서 완성한 칩이더라도 그 안에 중국산이 들어간 웨이퍼를 썼다면 미국 수출을 막아버리는 '반도체판 IRA' 규제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당장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온 무역확장법 제232조는 기존의 관세 협정을 우회할 수 있는 조치인 만큼 미리 대응은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