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업계의 해외 성장축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중화권 시장이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자국 브랜드 선호 확산 등으로 위축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북미 시장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내면서다.
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산 화장품의 대중 수출액은 2022년부터 감소세로 전환된 반면, 대미 수출액은 같은 기간 매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이 처음으로 중국을 제치며 최대 수출국에 올랐고, 올해 상반기(1~6월)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 중심축이 바뀌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도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과거 중국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은 북미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고, 북미를 일찍 공략한 업체들은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에이피알이다. 에이피알은 일찍이 중국보다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며 경쟁사들을 크게 앞질렀다. 올 2분기 북미 매출은 3,763억원으로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2,104억원)과 LG생활건강(2,058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매출 비중도 전체 매출의 약 50%까지 확대됐다. 회사는 하반기 코스트코 입점을 계기로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하는 한편, 올해 북미 매출 목표를 1조3천억원 이상으로 제시했다.
뒤늦게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 전통 화장품 업체들도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 2분기 미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5% 증가한 2,104억원, 중화권 매출은 6.2% 감소한 1,24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주와 중화권 매출이 비슷한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 만에 미주 매출이 중화권의 약 두 배 규모로 커진 것이다.
성장을 이끈 것은 제품 경쟁력이었다. 라네즈 '립 슬리핑 마스크'와 코스알엑스의 '펩타이드 아이패치' 등 차별화된 제형의 제품으로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코스알엑스는 미국 틱톡샵 매출이 700% 이상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라네즈와 코스알엑스 등 주력 브랜드들이 미국 세포라와 얼타 전 매장에 입점한 만큼, 미주 사업 확대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북미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역 다변화에 나섰다. 올 2분기 기준 중국 매출은 1,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지만, 북미 매출은 2,058억원으로 47% 증가하며 처음으로 중국 매출을 넘어섰다.
북미 성장을 견인한 것은 두피·탈모 케어 브랜드 '닥터그루트'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닥터그루트의 지난해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800% 이상 급증했다. 현지 두피 케어 수요 확대와 높은 가격 경쟁력이 맞물렸다는 평가다.
또 아마존과 틱톡샵 등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코스트코와 세포라 등 오프라인으로 판매망을 확대한 전략이 주효했다. LG생활건강은 이달 미국에 위치한 세포라 매장 400여곳을 상대로 닥터그루트 입점을 확대하며 북미 시장 공략을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