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 이틀 만에 전사…거액 보상금 '검은 과부'가 챙겼다

입력 2026-08-05 20:01
러시아 신병 대상 결혼 사기 급증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 가족에게 지급되는 거액의 보상금을 노린 결혼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군인이 전사하면 직계 가족이 군으로부터 최소 500만 루블(약 8,840만원)에 이르는 일시금을 보상금으로 받는다. 이 제도가 이른바 '검은 과부(블랙 위도우)'로 불리는 사기꾼들에게 악용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여성이 위장 결혼을 한 뒤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 그가 사망하면 다른 친족을 배제한 채 보상금을 독차지하는 수법이다.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크렘린궁은 신병들의 사기를 높이고 전투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결혼을 적극 권장해왔다. 당국은 신병들이 통상적인 대기 기간을 거치지 않고 신속히 결혼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지방 정부 주최로 합동결혼식까지 열었다. 그러나 이런 제도적 허점을 파고들어, 최전선 생존율이 극히 낮은 상황을 이용해 단기간에 거액의 보상금을 챙기는 범죄가 생겨났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59세 아버지가 가족 몰래 22세 연하 여성과 결혼하고 이틀 뒤 입대해 최전선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에 충격에 빠진 마리아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일면식도 없던 아버지의 새 아내는 법적 직계 친족 자격을 얻어 전사 보상금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됐다. 아버지가 살던 아파트는 이미 매각된 상태였고, 법적 미망인은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 언론에 보도된 유사 사건 중에는 군 병원에서 근무하던 한 간호사가 부상병 5명이 숨지기 전 이들과 결혼해 보상금을 챙긴 혐의로 해고된 사건도 있었다. 군 관계자들이 여성들과 공모해 신규 입대한 남편을 위험한 임무에 투입한 뒤 사망 시 보상금을 나눠 가지려 한 사건도 있었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팟캐스트에서 최전선에 배치될 신병과의 결혼을 부동산 마련 수단으로 소개했다가 기소돼 사회봉사 명령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범죄는 사회적 공분을 낳으며 정부 차원의 단속을 요구하는 여론을 키우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의원은 '검은 과부' 범죄가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며 "특별군사작전 참가자들의 가족은 뻔뻔한 범죄자들, 보상금을 노리는 금융 및 보이스피싱 사기꾼들과 포식자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