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엔화에 이어 원화에도 과도한 변동성이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시아통화 가치 절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인데, 미국의 외환시장에 대한 노골적 개입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정치경제부 정원우 기자 나와있습니다.
정 기자, 베선트 장관이 지난밤에는 원화를 언급했습니다.
<기자> 베선트 장관 미국 CNBC, 그리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면서 엔저 방어를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엔화가 약세를 보인다면 다른 통화들도 그 뒤를 따라갈 것”이라고 했고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 왔다”고 했습니다.
이미 지난주 미국 재무부가 실개입을 통해서 엔화 가치 방어에 나선데 이어 이번에는 원화와 위안화도 언급하며 아시아 통화 가치 절하에 대한 구두개입성 발언을 지속한 것입니다.
<앵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합니까?
<기자> 엔화가치를 왜 방어하느냐 구체적인 이유를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해석의 영역인데요,
먼저, iM증권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미 국채시장 소방수 역할이 본격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공조는 엔화가 달러당 164엔대까지 올라가면서 시작됐습니다. 엔화 가치가 40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자국 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이 최근 급락했습니다. 일본은 엔저 방어를 위해 올해 외환시장에 18조엔을 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는 기존 최대였던 2024년 연간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집계됩니다.
그럼에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은 미국 국채를 팔면서 엔저 방어에 나서게 됐고요, 일본의 매도는 미국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심각한 수준인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재정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조에 나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 국채금리 상승은 중동 사태가 다시 악화된 것도 영향이 있었는데, 베선트 장관이 지난밤 언론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불확실성을 진정시키는 발언을 한 것도 결국 미국 국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소방수 역할에 나섰다는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에 원화를 언급한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습니까?
<기자> 미국 국채금리 안정과 함께 미국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아시아 통화 가치 안정에 조력하는 이유는 대미투자와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미국 정가 소식에 정통한 전문가는 이번에 미국이 공조에 나선 것은 대미투자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두 지난해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대미투자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통화가치가 하락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인데요,
이번에 미국이 워낙 노골적으로 나섰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 미국이 엔화나 원화 가치 하락을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베선트 장관이 5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엔저 방어에 대해 인식을 공유한 적이 있었고, 우리나라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1월에는 원화 약세가 강력한 한국 경제의 기초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4월 한미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가 약속한 대미투자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다급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노골적인 시장 개입이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도 큰 것 같습니다.
<기자> 일단 엔화와 원화 약세가 진정되긴 했지만, 해외 언론이나 국내 전문가들도 이런 인위적인 개입이 실패할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나섰음에도 엔화 약세가 재개된다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고요, 2022년 영국 트러스 총리의 대규모 감세 발표로 인한 금리 발작 ‘트러스 쇼크’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엔화 약세나 원화 약세는 미국의 자국 투자 압박에 기인한 측면도 상당합니다.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의 흐름을 보면 사실 작년 하반기 이후부터, 대미투자를 약속한 이후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화 약세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매도나 확장재정 영향도 있었지만 기업들이 대미투자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벌어들인 달러를 팔지 않고 있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꼽혀왔습니다. 결국 미국이 원화가치 하락의 원인 중 하나였는데 원인을 제공한 미국이 약세가 과도하다고 개입하는 것은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치경제부 정원우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 조현정, CG : 신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