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상속 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최대 주주들이 주가를 일부러 낮춘다는 '주가 누르기' 꼼수 차단에 나섭니다.
장기 저PBR 기업이나 기업가치 훼손 행위로 주가를 떨어뜨린 상장사에 대해 상속·증여 때 주식 가치를 최대 30% 높여서 세금을 메기겠다는 건데요.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주가 누르기 기업 선정 기준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세종 주재기자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먼저 정부가 간주하고 있는 주가 누르기 추정 기업 어느 정도 규모로 예상이 되고 있습니까?
<기자>
시장에서는 최소 120개에서 최대 220개 상장사가 저 PBR '주가 누르기'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우선 정부가 제시한 주가 누르기 기업의 첫 번째 기준을 보면 최근 6년간 주가순자산비율, PBR이 코스피는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속한 경우입니다.
이러한 장기 저PBR 업종은 전통 제조업, 건설, 금융, 혹은 일부 대기업 집단의 지주회사들인데요. 한국거래소 추산에 따르면 코스피 80여곳과 코스닥 40여곳 등 120곳 정도가 해당이 됩니다.
또 주가 누르기 대상엔 증복상장이나 전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고 상속·증여 시점 전후 주가가 최근 3년 평균보다 30% 이상 하락한 기업도 포함되는데요.
이 경우 대주주가 지분을 물려받기 전 전후 시점에 회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의사결정을 하거나 주가가 급감한 정황이 발견되는 상장사들이 집중 타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과세 대상이 되는 정확한 기업 수나 대상 기업명 등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요건에 해당될지라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시가 할증 평가를 거쳐야 하고 기업이 소명하는 절차도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다만 거래소 추산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선 PBR이 장기간 업종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지주사인 SK, 롯데, CJ, GS를 비롯해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케미칼과 현대제철, 그리고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 돼 있는 롯데쇼핑, 그리고 이마트, HMM 등이 거론되고 있고요.
코스닥 기업중에선 KCC건설, 골프존홀딩스, KG에코솔루션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금융당국이 오는 11월에 누적 3년간 PBR 하위 기업을 공표 한다고 하니 한번 눈여겨 봐야겠습니다.
<앵커>
이렇게 정부는 회계상 장부가인 '명목 PBR'을 절대적인 잣대로 들이대고 있는데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논란도 있어요. 주가누르기 기준을 놓고 어떤 비판들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일단 기준부터가 논란입니다. 기업마다 업종과 사업 구조, 성장성, 자산 특성이 다른데요. 이 때문에 명목 PBR 하나만으로는 주가 저평가 여부를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제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주가누르기 방지법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심혜섭 심혜섭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대형 지주사별로 공표된 PBR은 삼성생명 1.13배, SK 1.27배, LG 0.53배 등으로 나타났지만 이들의 실질 PBR은 각각 0.44~0.45배, 약 0.29배, 약 0.39배로 추산이 됐습니다.
즉, 상장주식과 부동산, 자사주 등을 현재 가치로 반영한 '실질 PBR'로 기업 가치를 판단해야 주가 누르기 제도의 실효성을 보다 객관적으로 따져볼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전통 제조업이나 금융·건설업체들은 자산 가치나 보유 자산이 많은 업종 특성상 PBR이 구조적으로 낮고요. 업황 부진이나 대규모 투자 등으로 기업가치가 일시적으로 낮아진 기업들도 있을 텐데요.
이들 기업까지 '주가누르기 기업'으로 분류된다면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자진 상장 폐지마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발의했던 원안의 핵심인 '순자산가치 80%' 절대 기준이 사라지면서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안은 평가 기간만 늘렸을 뿐 여전히 상장회사 가치 평가 기준을 ‘주가’에 두고 있어 주가를 억누르려는 대주주의 유인이 본질적으로 바뀌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기존 여당안에 비해 페널티 수위도 대폭 낮아졌다는 의견도 나오는데요.
'PBR 0.8배' 이소영 의원 법안에서는 PBR 0.2인 기업의 가치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이번 정부안의 30% 할증을 적용하면 PBR 0.26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내는 데 그칠 수 있어서입니다.
법안 최초 고안자인 이소영 의원 역시 이번 정부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개편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향후 입법 과정에도 험로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아울러 최대 60%에 달하는 상속세율을 낮추는 개선안을 마련해야 근본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최대주주의 주가 누르기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