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주식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가 출시 이후 처음으로 월간 잔고가 감소했다. 국내 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을 포기하고 계좌를 해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매수세도 지난달 큰 폭으로 늘었다.
● 7월 첫 마이너스 전환…신규 계좌 증가세도 '주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RIA 계좌 잔고는 전달 대비 5,268억원이 줄었다. 3월 출시된 RIA 계좌는 5월 잔고 규모가 1조 2,450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7월 국내 증시가 유례없는 하락세를 보이면서 국내 증시를 떠나 재차 해외 주식으로 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코스피 지수 하락률은 22.19%로 전세계 43개 주가지수 중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신규 가입도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3월 8만 3천여 좌, 4월 10만 5천여 좌 늘었던 신규 계좌는 6월 8만 8천여 좌로 전월 대비 58% 줄었다. 7월에는 신규 계좌 수가 1만 4천여 좌까지 쪼그라들었다.
현재 누적 가입 계좌는 32만 6천여 좌다. 미국 주식 투자자 약 600만명의 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출시 초기에는 RIA 관련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사실상 문의가 끊겼다"며 "국내 증시 조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상품"이라고 말했다.
● 미국 주식 순매수 7배 급증…국내주식도 ADR로 우회 투자
국내 증시 변동성에 지친 개인투자자는 미국 주식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7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46억 4,241만달러(약 6조 5천억원)로 집계됐다. 6월 순매수액(6억 3,296만달러)의 7.4배 규모다. RIA 출시 이전인 올해 2월(39억 4,907만달러)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도 미국 시장을 통해 우회 투자하는 모습이다. 7월 미국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2위는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이었다. 한국 증시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인 KORU도 5위를 기록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장기 성장성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국내 시장의 수급 불안은 피하려는 투자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포기하고서라도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만한 미국 증시(양도세 부담)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3일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는 1.48% 상승하며 7600.50에 거래를 마쳤다. 두달여간의 조정을 마치고 6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7620.90)에 바짝 다가섰다. 다우지수는 1.32% 오른 53178.41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약 한 달 만에 새로 썼다.
● 세제 혜택은 축소…정부 "대응책 계획 없어"
8월부터는 RIA 가입자의 양도소득세 공제율이 기존 80%에서 50%로 낮아진다. 출시 당시 최대 100%까지 공제가 가능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유인이 약해진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RIA 계좌 유인책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양도세 감면 확대를 위한 법 개정 계획이나 자금 이탈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보완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만으로는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되돌리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 절세 상품만으로는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에 머물게 하기 어렵다"며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의 안정성과 경쟁력을 신뢰할 수 있는 체질이 개선돼야 장기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