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00→4,000달러'로 떨어진 국제 금값, 어디까지 추락할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6-08-03 13:22


국제 금값이 심리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지고 있는 온스당 4000달러 내외선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금값이 급등하는 과정에서 쏟아져 나왔던 금 관련 금융상품에 증거금이 부족한 마진 콜 현상이 속속 발생함에 함에 따라 후폭풍도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안전자산의 상징 격인 금값이 떨어지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은 현상이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기간 중 56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추세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락률로는 30%에 근접해 재테크 수단 중에서 가장 낮을 뿐만 아니라 하락 속도도 상승 속도보다 빨리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올해 2월 이후 금값의 하락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금값이 이례적으로 급등했던 요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코인 왕국론을 주장해 코인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1년 전에는 지니어스법마져 통과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기대로 비트코인 가격이 12만 달러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민간에서 주조한 코인을 국가가 공인해 화폐로 사용하면 기존 법정화폐의 필요성과 신뢰는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화폐의 3대 기능 중 대안화폐 범용화로 결제와 회계 단위 기능이 약화된 여건에서 가치 저장 기능까지 떨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탈법정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활성화되면서 금값이 무려 70% 급등했다.

하지만 '1달러=1코인'으로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의 핵심인 담보력에 의심이 가면서 코인 가격은 급락하기 시작했다. 담보로 미국 국채로 설정해 놓고 정작 트럼프 정부는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국가채무는 문제가 안된다는 현대통화이론대로 재정 지출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전쟁까지 가세되 디폴트 위험이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이익 추구 성격이 짙었던 스테이블 코인이 흔들리면 국민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 법정화폐 거래(basement trade)로 환류될 수밖에 없다. 민스키 이론에 따르면 특정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기대가 무너지면 크게 흔들린 이후 덤핑 과정을 거쳐 급락하게 된다. 지난 1월 29일 금값이 하루에 400달러 흔들린 이후 지금까지 떨어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번에 법정화폐 거래는 미국과 이란 전쟁 중에 더 심해지고 있는 탈달러화 현상과 겹친다는 점이다. 법정화폐 거래는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화 거래와 각국의 자국 통화 거래로 양분된다. 최근처럼 탈달러화 현상이 겹친다면 후자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외환보유로 달러화와 금에 대한 필요성이 낮아지게 된다.

지난 1월 말까지 금 보유를 크게 늘려왔던 중국, 러시아, 인도, 튀르키예 등이 그 이후 금을 대거 매각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을 치르면서 달러화와 금으로 상징됐던 브레튼 우즈 체제가 약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자국 화폐가 주도되는 법정화폐 거래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값의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전쟁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미국의 물가 지표는 5월에 비해 ‘절벽(cliff)’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크게 둔화됐다. 중장기적으로도 AI 산업이 발전될수록 생산성 증대로 물가가 안정될 확률이 높다고 보는 것이 워시 의장의 확고한 믿음이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 금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재연 움직임 등 변수가 많긴 하지만 지난 5월을 깃점으로 물가가 정점을 지났다면 금값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는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한국은행(BOK) 등이 이미 인상했다 하더라도 미국 중앙은행(Fed)이 조기에 동참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사장과의 친화 정책을 추진해 온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취임한 이후 40년 만에 비밀의 사원으로 돌아가고 있는 워시 체제에서는 예상 그 차제가 쉽지는 않다.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은 제롬 파월 전 의장보다 5분의 1 수준 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축소로 중립 금리의 의미도 크게 퇴색됐다.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바뀔 때 금리 인상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새로 Fed를 맡는 수장에 대한 색깔부터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월에 지명된 워시 의장은 인사청문회, ECB 신드라 포럼, 첫 주재 FOMC 회의를 거치면서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지에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기준금리 변경 방식은 명확해졌다.

선제성(preemptive)이 생명인 기준금리 변경이 실기하지 않기 위한 전제조건은 독립성 유지다. 워시 의장은 취임하자마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시녀가 되지 않겠느냐는 제2 아서 번스 우려를 불식시켜 나갔다. 파월 전 의장이 취임 이후 2년 만에 불거졌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이 중간선거만 끝나만 본격화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나올 정도다.

독립성은 Fed가 뭐 하는 곳인가에 대한 실체와 직결되는 문제다. 설립 이후 Fed의 독립성이 크게 흔들렸을 때는 1선 목표가 뒷전에 물러났을 때와 거의 정확하게 일치한다. 경기부양이 우선시됐던 1930년대 대공항, 고용 창출을 양대 책무로 설정됐던 금융위기 이후가 대표적인 시기다. 워시 의장은 Fed의 실체는 물가 안정에 있음을 명확히했다.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단순화해야 한다는 것이 워시 의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양적 완화(QE)와 양적 긴축(QT)로 대변되는 대차대조표(B/S) 조정을 주수단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기준금리 방식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B/S 조정은 점진적으로 축소해 궁극적으로는 폐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준금리 변경 잣대도 그렇다. 현행 물가 지표는 산업구조와 국민 생활이 변했는데도 종전의 산출 방식을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월 전 의장 때까지 통화정책 짓대로 삼아온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추측성 항목이 많고 가중치 설정이 자의적이라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해 왔다. 오히려 절사평균 물가 등 새로운 통화정책 잣대가 나오기까지 헤드라인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더 낫다는 견해다.

이란 전쟁발 물가도 정점을 지났다는 시각이 나온다. 지난 6월 CPI 상승률은 3.5%로 전월의 4.2%에 비해서는 '절벽(cliff)'에 가까운 0.7% 포인트나 급락했기 때문이다. 댈러스 연준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으로 분사 평균 물가를 추정해 보면 2.6% 내외로 통제 가능한 물가 목표 범위대로 들어왔다.

기준금리 변경을 통한 물가 안정도 총수요 인플레이션에 한정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쟁발 인플레이션은 '한시적(transitory)'인 성격이 짙고 시차가 1년 내외로 긴 기준금리 변경으로 대처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게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AI 산업이 발전될수록 생산성 증대로 물가가 안정된다는 것이 워시 의장의 확고한 신념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워시 의장의 통화정책 프레임워크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상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 나갈 확률이 높다. 긴축의 필요성이 있다면 B/S의 대변(자산)부터 축소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워시 의장이 주재했던 두 차례, 즉 5월과 7월 FOMC 회의에서 나타나고 있다.

2011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은 2015년까지 늦추고 B/S 축소로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금값이 1900달러대에서 1050달러 내외로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금값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일본과 함께 재테크 수단으로 금에 대한 애착이 많은 우리 투자자의 선제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때다. 우리 정책당국도 마찬가지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