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상장심사 '올스톱'...단일 레버리지 여파에 불똥

입력 2026-08-02 19:59


한국거래소가 자산운용사들에 이달부터 일반 ETF 신규 상장 심사를 사실상 정상적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안내를 한 가운데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둘러싼 시장 혼란으로 관련 대응이 급증한 여파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거래소는 지난달 말 주요 자산운용사들에 상장 예정 ETF 수요를 조사하면서, 8월부터 예비심사를 청구하더라도 평소보다 일정이 늦어질 수 있으니 이를 감안해 달라는 취지의 안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신청을 미뤄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규 청구 자체는 가능하지만, 기존 심사 물량을 우선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A 관계자는 "심사를 신청해도 당장 처리하기 어려우니 신규 상품 제출 시점을 늦춰달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접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용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신규 신청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5월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 시장 변동성 확대에 국회와 금융당국이 자료 제출 및 대응을 요구하면서 이같은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 과정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개인투자자 손실과 증시 변동성을 확대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과정과 금융당국의 사후 대응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 수장들도 머리를 숙였다.

현재 거래소의 ETF 상장 심사 인력은 4명이다. 이중 일부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국회와 금융당국 대응 업무를 맡기 위해 다른 팀에 차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름 휴가철까지 겹쳐 기존 심사 물량 적체도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운용업계 B 관계자는 "과거에도 휴가철이나 신청이 몰릴 때 일정이 다소 늦어진 적은 있지만, 신규 심사 일정 전반이 밀릴 수 있다는 안내는 처음"이라며 "거래소로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대외 업무가 급증해 심사 인력이 과부하 상태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ETF는 거래소 심사부터 실제 상장까지 보통 약 3∼4개월이 걸린다. 거래소 심사를 통과한 뒤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신고서 효력 발생 후 상장일 확정과 최초 설정 절차를 거친 끝에 상장된다.

2분기에 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품들은 이달과 다음 달 예정대로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달 심사를 신청해 오는 4분기 상장 예정이던 상품은 일정이 늦어질 수 있다. 심사 지연이 장기화된다면 연말 신규 ETF 출시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거래소는 신규 ETF 심사 청구를 제한하거나 상장 심사를 중단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거래소 관계자는 "적체된 심사 물량을 먼저 처리한 뒤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는 것"이라며 "운용사들에 신규 상품을 제출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제한된 인력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신규 신청 건은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한 것"이라며 "운용사들의 상장 계획과 예상 물량을 파악해 일정을 조율하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