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뚫렸다" 이민자 4만여명 난입 '아비규환'…19명 사망

입력 2026-07-31 20:15
외교 마찰로 비화…산체스 총리, 세우타 방문 예정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맞댄 스페인 영토 세우타에 하루 사이 4만9,000명의 인파가 육·해상으로 무단 진입하는 대혼란이 벌어지면서 19명이 목숨을 잃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내무부는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들어온 이주민이 4만9,000명으로 추산되며, 월경을 시도하다 숨진 사람은 19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 집계된 9명에서 늘어난 수치다.

현지 당국자에 따르면 상당수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고,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방파제를 넘으려다 아수라장이 되면서 숨진 이들도 있다. 월경한 사람 중에는 젊은 남성이 많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과 고령층,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0일 오전까지 한 주간 1,800명 수준이던 입국자 수는 갑자기 늘어 심할 때는 1분에 200명꼴로 몰려들었다고 한다.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스페인과 모로코 정부는 접경지로 군경을 증파했다. 모로코 당국은 프니데크 등지에 물대포 차량을 동원해 사람들을 밀어내려 시도했고, 충돌이 벌어진 곳 인근에는 불에 탄 차량 여러 대가 목격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8.5㎢ 면적의 세우타는 멜리야와 함께 EU에서 유일하게 아프리카 대륙과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 특별자치도시다. 국경을 수m 높이의 철책으로 둘러쌌지만 EU 이주를 바라는 사람들의 무단 입국 시도가 끊이지 않아 왔다. 이주민 수용 시설은 이미 과포화 상태로, 수천 명이 공원이나 도로변에서 노숙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현지 경찰 근로자협회 대표인 라치드 스비히는 AP 통신에 "엄청난 인도적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31일 페르난도 그란데 마를라스카 내무장관과 함께 직접 세우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AFP 통신이 전했다. 제1야당 국민당(PP)과 극우 복스당은 산체스 정부가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국가안보가 위기에 처했다며 비판했다.

이 사태는 EU 회원국 간 외교 마찰로도 번졌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전날 "스페인과의 (자유로운 국경 이동을 규정한) 솅겐 조약 중단에 찬성한다"고 밝혔고, 스페인 정부는 "편파적 선동"이라며 자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그럼에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스페인에 대한 솅겐 체제 적용을 중단하는 안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접경국인 프랑스도 이주민들이 자국으로 넘어올 것에 대비해 국경 검문을 강화했다. 로랑 누네즈 프랑스 내무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 "스페인 국경 검문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국경 신속대응 부대를 가동하고 있다"고 적었다.

세우타를 통한 무단 입국이 급증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분명치 않다. 세우타 당국과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외무장관은 스페인 대법원이 이달 초 세우타와 멜리야에 해상으로 진입한 이주민의 본국 송환을 금지한 결정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다만 일부 활동가들은 무단 입국을 시도하는 이들이 이런 법원 결정을 자세히 알고 있을 리 없다고 지적한다.

리카르도 파비아니 국제위기그룹 북아프리카국장은 스페인과 알제리 간 관계 개선에 대한 모로코의 '보복' 조치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모로코 안보 당국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스페인 내무부는 "모로코 정부가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