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도 아들만큼"…중동 부호들, 영국으로 가는 이유

입력 2026-07-30 19:40
"차세대 서구화·전쟁에 변화 바람…공평한 상속 늘어"


유산 배분에서 아들이 딸보다 유리한 샤리아법을 우회하려는 중동 부자들의 발길이 영국으로 이어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런던의 국제법 전문 로펌 미시콘 드 레야의 찰리 소스나 파트너는 걸프국가 부유층 사이에서 본국 밖에 있는 자산을 자녀들에게 더 공평하게 나눠주는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산과 승계 문제를 처리하려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잉글랜드 법은 제약이 거의 없이 원하는 대로 자산을 물려줄 수 있는 '유언의 자유'가 강하게 보장된다. 반면 이슬람 샤리아법은 유산 배분을 명확히 규정하는데, 대체로 딸의 몫은 아들의 절반이다.

또 다른 국제법 전문 로펌 위더스의 해나 웨일루 파트너도 점점 '평등주의적'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아들보다 딸이 더 많거나 딸만 있는 걸프국 가족들이 더 세계적인 관점에서 딸들을 보호하고 챙겨주고자 하는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자녀 세대의 '서구화'도 있다. 부모 세대보다 별거나 이혼 등 혼인 관계가 더 복잡할 수 있는 자녀 세대는 유산을 둘러싼 셈법도 그만큼 복잡해지는데, 잉글랜드 법을 따르면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상속하기가 더 쉽다는 것이다. 로펌 패러앤코의 올리버 파이퍼 파트너는 이처럼 잉글랜드 법을 활용해 샤리아 율법을 완화하려는 '샤리아 라이트(lite)'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찰스 러셀 스피칠리스의 조너선 버트는 올해 터진 이란 전쟁이 중동 자산가들에게 소유 구조를 따져보고 계획을 세우는 데 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영국 법률자문 업계에서도 이런 전략의 효율성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잉글랜드 법에 따라 유언장을 작성했더라도 영국이 아닌 해외 자산에는 본국 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워드 케네디의 사이먼 멀킬 파트너는 "이의 제기가 없다면 통할 수도 있지만, 믿을 만한 전략은 아닐 수도 있다"며 "상당 부분이 자산과 보유자, 그리고 불만을 품은 상속인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영국과도 다른 법 체계를 가진 저지섬에서 신탁 방식을 활용하는 전략도 주목받고 있다. 저지금융청 통계에 따르면 역내 거주자 외 신탁 보유자 중 중동계의 비율은 2020년 10.6%에서 2024년 11.8%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