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월 100만대를 넘어섰습니다.
중국에 밀린 독일 3사 등 전통의 유럽 강자는 감원과 공장 폐쇄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돌파구는 있는지, 산업부 이지효 기자와 짚어 보겠습니다.
이 기자, 우선 중국 자동차가 얼마나 위협적인 겁니까?
<기자>
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집계 기준으로 6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103만7,000대를 기록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월 100만대를 돌파한 건데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규모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한국의 월 자동차 수출액 보다 4배 이상 많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많이 파는 수준을 넘어서 수출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100만여 대 가운데 50.4%, 그러니까 절반 이상이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수소차를 포함한 신에너지차(NEV)였습니다.
NEV라는 게 조금 생소하실 수 있는데요. 중국 정부가 만든 분류로 일반 하이브리드(HEV)를 제외한 친환경차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중국의 친환경차가 파고든 곳이 바로 자동차 종주국이 버티고 있는 유럽 시장입니다.
실제 유럽에서는 '테무산 레인지로버'라고 불리는 중국차가 판매 1위에 오르는 일까지 벌어졌는데요. 최민정 기자의 리포트로 확인하시죠.
<기자>
'테무산 레인지로버'라 불리는 중국 체리자동차의 재쿠7.
억대 SUV인 레인지로버를 닮았지만, 중국 현지 판매가는 약 3,000만원에 불과합니다.
유럽에선 두 배인 6,000만원에 팔리는데도 신차 판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동급의 유럽 차종(티구안·푸조 3008)엔 자율주행에만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붙지만, 재쿠7은 AI 비서까지 기본으로 탑재되기 때문입니다.
[이항구 /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중국 자동차가) 디지털화에서는 '유럽을 앞서고 있다'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들도 접목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유럽의 젊은 친구들이 느끼는 가격대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기술력 높인데 더해 다양한 선택지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입문형인 2,000만원대 전기차부터 2억원의 양왕 U8까지 선택할 수 있는 차종만 100가지가 넘습니다.
부품 자체 생산을 통해 차 한 대를 만드는 시간과 비용도 줄였습니다.
배터리 기업으로 시작했던 BYD는 반도체와 차량용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스텔라 리 / BYD 부사장(지난 9월): 업계의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업적입니다. 외부 업체에서 기술이나 부품을 사오지 않고 모든 기술과 부품을 BYD 내부 엔지니어들이 자체 개발합니다.]
덕분에 같은 전기차지만 BYD(씰)는 테슬라(모델3)보다 생산 원가를 한 대당 500만원 낮췄습니다.
새 차를 기다리는 시간도 기존의 절반인 1년 반으로 줄었습니다.
[권용주 /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 교수: 캐즘이면 가격을 내리고…(수직계열화로) 정체기든 확장기든 어떤 상황에서든지 유연성이 올라가게 됩니다]
짝퉁차로 출발했던 중국 자동차가 이제는 기술력을 갖춰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최민정입니다.
<앵커>
중국 업체가 배터리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다 스스로 만든다는 얘기네요.
결국 중국의 진짜 무기는 원가를 가장 많이 낮추는 배터리에 있다고요?
<기자>
리포트에서 확인하신 내재화는 개별 기업의 얘기가 아닙니다.
중국은 리튬 정제부터 소재, 배터리 셀, 완성차까지 공급망 전체가 자국 안에 깔려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40%까지 차지하는 핵심인데요.
중국이 주력하는 리튬인산철, LFP 배터리는 한국 배터리 업체의 주력인 삼원계, NCM 배터리보다 저렴합니다.
다만 싼 대신 성능이 떨어지는 배터리였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업계는 고성능 삼원계에 집중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중국이 LFP 배터리의 약점을 지워 버렸습니다.
최근 공개된 CATL의 3세대 LFP 배터리는 10%에서 98%까지 충전하는 데 6분 27초면 충분합니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72.6%가 중국 몫인데요. 어느 나라 완성차든 중국 배터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됐죠.
다른 나라는 사서 쓰지만 중국 완성차는 자국 공급망에서 나옵니다. 배터리 경쟁력이 곧 중국차의 경쟁력이 되는 이유입니다.
<앵커>
유럽이나 일본 같은 전통의 강자가 밀리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포르쉐, 폭스바겐 등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죠.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알려진 BMW도 오늘(30일) 8,000명 감원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시장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을 가장 큰 패인으로 보는데요. 그 결과가 바로 중국 시장 상실입니다.
중국은 내수가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입니다.
이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세단 판매 상위 10종이 전부 친환경차였는데요.
유럽차의 무기인 엔진과 변속기에 대한 관심 자체가 사라졌는데도, 이들 업체는 전동화 전환에 미지근했습니다.
시장이 전기차로 갈아타는 동안 내연기관 시대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지 못한 겁니다. 안방인 유럽이나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일본 혼다 역시 올해 3월 순수 전기차 계획을 접고 하이브리드 강화로 돌아섰는데요.
중국은 일반 하이브리드를 NEV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보조금은 물론 번호판 혜택까지 아무 것도 받을 수 없게 됐고요.
결과적으로 가장 큰 시장에서 스스로 발을 뺀 선택을 한 셈입니다.
<앵커>
결국 중국의 강점은 대응과 속도라는 건데요.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합니까?
<기자>
중국은 애초에 지켜야 할 내연기관 자산이 없으니 미래 차에 전부를 걸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을 전환하는 속도도 상당히 빨랐습니다.
우리는 어디 쯤일까요. 올해 상반기 수출 144만1,000대 가운데 친환경차가 이끄는 고부가 전환이 뚜렷합니다.
6월 친환경차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넘었고요.
다행인 점은 사다리 전체를 가진 중국도 미국에는 못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중국차에 총 127.5%의 관세를 물리고요. 커넥티드 차량 보안법으로 소프트웨어까지 규제하게 됐는데요.
연 1,600만대 규모에, 차를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의 접근권을 우리는 아직 쥐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나오고요.
[문학훈 /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 중국이 유럽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가 대안으로서 미국 시장을 못 데려가니까…. 현재 우리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생산량, 즉 캐파를 키워야 되는 상황이고요. 현대차그룹 같은 경우는 굉장히 발빠르게 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적인 자동차 업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조지아주에 구축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연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확대하고 있고요.
SK온과의 합작 배터리 공장도 양산에 돌입했습니다. 현지에서 만들어 관세를 피하고 시장을 공략하는 겁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