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처럼 흡수한다더니"…영유아 사교육 '반전 결과'

입력 2026-07-28 14:49
육아정책연구소 보고서…조기 선행학습 효과 불분명 "부모 상호작용·신체활동이 뇌 발달 핵심"


영유아 사교육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조기 사교육의 장기적인 학습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부모와의 상호작용, 놀이, 신체활동, 충분한 수면 등이 영유아기 뇌 발달에 더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육아정책연구소는 28일 발간한 육아정책포럼 여름호에서 한국아동패널과의 설문조사, 아동 검사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은 초등학교 1학년 시점의 언어 발달과 문제해결력, 집행기능 향상과 유의미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정서·행동 발달에서도 전반적으로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학습 중심 사교육을 많이 경험한 아동일수록 오히려 자존감이 낮은 경향이 관찰됐다. 초기 학업 수행에는 일부 긍정적인 영향이 있었지만 자아존중감과 삶의 만족도 등 사회정서 영역에서는 지속적인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연구소는 조기 사교육이 초반 학습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간 학습을 이어가는 능력까지 키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영유아 사교육 참여는 꾸준히 늘고 있다. 2세 아동 가운데 0세부터 사교육을 시작한 비율은 2016년 11.9%에서 2024년 32.9%로 약 3배 증가했다. 2세 사교육 참여율은 41.1%에서 51.0%로, 5세는 81.5%에서 84.2%로 각각 높아졌다. 0∼5세가 다니는 반일제 이상 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45만4천원이었다.



해외 사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관찰됐다.

미국의 저소득층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인 헤드스타트는 취학 전이나 초등학교 입학 직후 어린이의 언어와 기초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이중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며 줄었다.

초등학교 3학년 말까지 남은 효과는 거의 없었고, 미국 테네시주의 공립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6학년까지 추적한 연구에서도 이들 어린이의 지속적인 '학업 우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도한 학습 중심 사교육은 부모와의 소통, 수면, 신체활동 등 뇌 발달에 중요한 경험을 줄이는 기회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UNICE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유아 교육에서 놀이와 사회정서 발달, 부모와의 상호작용, 신체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영유아기의 뇌가 빠르게 발달한다는 사실이 곧 선행학습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감기'라 불리는 시기를 지나 학습하면 뇌 발달을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후에도 뇌가 변화하고 학습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일찍 시작하면 반드시 오래 간다는 믿음은 현재 근거와 맞지 않는다"면서 "'빨리 배우는 아이'가 아니라 '오래 배우는 힘을 가진 아이'를 키우는 교육을 신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