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 뺏긴 엔비디아…월가 우려 키운 AI발 '그림자 채무'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6-07-28 08:53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기업인 엔비디아가 자본 지출에 대한 월가의 공포심을 다시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장중 0.14%포인트 급등해 연 0.82%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업 신용위험을 헤지하는 비용인 CDS 프리미엄이 뛰고 있는 곳은 엔비디아 뿐이 아니다. 오라클, 스페이스X 등 막대한 AI 자본지출을 예고한 기업들 전반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급 보증과 출자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커지면서 나스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 4.99% 밀린 196.51달러로 지난 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하락으로 시가총액이 4조 7590억 달러로 밀려난 사이 애플이 시가총액 4조 9480억 달러로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뉴욕증시는 이날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맞대응을 중단한 영향에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1% 상승한 5만 2210.08, S&P500 지수는 7413선의 강보합권을 지켰다. 반도체 등 주요 기술주 하락의 여파로 나스닥 종합지수는 지난 금요일 대비 0.18% 내린 2만 4932.08로 하락을 이어갔다

◆ ‘남의 빚 보증’…엔비디아까지 번진 자본 조달 의구심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주가가 이처럼 급락하고 부도 위험에 대한 헤지 비용이 늘어난 것은 지난 주말 이후 쏟아진 막대한 투자 소식들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주 SK그룹, 네이버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이어 이날은 오픈AI가 리스로 운영하려는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최대 2,500억달러의 지급보증을 서는 협상을 진행 중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지급보증은 오픈AI가 데이터센터 임차료나 관련 건설 금융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엔비디아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구조다.

게다가 수년 간의 AI 기술 경쟁 과정에서 기업이 보유한 현금으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동원하는 특수목적기구(SPV) 등 금융공학적 거래들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SPV가 차입 주체가 되기 때문에 관련 부채가 빅테크 본체의 직접 차입금으로 온전히 잡히지 않을 수 있다.

거래 조건에 따라 보증과 리스 의무 등 관련 위험은 재무제표 주석 등에 공시되거나 회계상 반영되지만 투자자들이 온전히 위험을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오픈AI 역시 비상장사로 리스 약정의 전체 규모를 공시할 필요가 없다. 현재까지 오픈AI가 밝힌 2030년까지의 컴퓨팅 지출 전망은 7,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엔비다아-오픈AI의 거래 뿐만 아니라 이미 구글이 앤스로픽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5곳에 350억 달러 상당의 자금 조달을 도왔고, 브로드컴은 또 다른 금융 거래에서 앤스로픽의 반도체 구매용 300억 달러에 대한 선순위 채무 이자 지급을 보강하기도 했다.

앞서 메타가 블루아울과 세운 특수목적기구에 지분을 나눠 투자한 뒤 이를 장기 임차하는 조건으로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 구축 자금을 조달한 것도 이러한 해법 중에 하나다.

코히런스크레딧의 살 나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불투명성과 계열사 간 관계가 만들어내는 일종의 연금술과 같은 거래에 공포가 일고 있고, 이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 빅테크 빚 걱정 사상 최대…알파벳도 CDS 급등

이번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는 엔비디아 한 곳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오라클, 스페이스X, 알파벳, 아마존, 메타, 브로드컴, 엔비디아의 CDS 프리미엄이 최근 며칠 새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LSEG 집계 기준 오라클 5년물은 연초 144bp에서 215bp까지 뛰었는데, 이는 1,000만달러 부채에 대한 부도 보험료로 연 21만 5000달러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오라클은 700억 달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내놓은 뒤 지난달 신용평가기관인 S&P글로벌로부터 정크등급 한 단계 위인 BBB-로 강등 판정을 받았다.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상장 20여년 만에 첫 분기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한 알파벳 역시 CDS는 67bp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메타의 텍사스 데이터센터용으로 조달한 120억 달러 부채도 투기등급 'B-' 등급 채권 수준의 금리에 거래를 매듭지었다.

이에 따른 위험 헤지 수요도 급증하면서, 빅테크 CDS의 순명목잔액은 125억 달러로 사상 최대, 1년 만에 500% 증가했다.

누버거버먼의 글로벌 투자적격등급 채권 부문 공동대표인 데이비드 브라운은 “현재 수준의 설비투자가 영구히 이어질 것인지, 현금흐름이 플러스로 돌아서는 변곡점은 언제인지 당분간 답을 얻기 어렵다는 것이 약세의 이유”라며 "아직 대기 중인 파이낸싱이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 엔비디아 공매도 늘린 마이클 버리…"또 돈이 돌고 돈다"

엔비디아가 지난 주말 이후 공개한 파트너십과 주요 거래의 명목 규모를 단순 합산하면 7,500억달러를 넘는다. 이번 지급 보증 협상 뿐만 아니라 전 오픈AI 수석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의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에 50억달러 투자 등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엔비디아와 반도체에 대해 공매도 포지션을 확대했다고 밝힌 마이클 버리는 전날(26일)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다시 “돌고 또 돈다"고 순환 구조적인 이번 거래를 비판했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코어위브 투자를 둘러싼 순환거래 논란에 대해 "순환적이라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으로도 이번에 취약해진 시장 심리를 돌려세우지는 못하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 하락에 대한 안도 랠리로 애플이 1.17% 올라 시가총액 5조 달러에 근접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AI 보안 기술 공개 등에 대한 기대로 1.94% 뛰었다.

반면 엔비디아의 약세와 함께 중국의 창신메모리(CXMT) 상장과 반도체 기술 경쟁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관련 기업들의 하락이 깊어졌다. 이날 하루 마이크론이 -2.25%, 샌디스크는 -11% 가량 빠졌고, AMD가 -5.17%,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이 -5.79%,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도 -3.61%로 하락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