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본주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의 주가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시장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한국에 상장된 본주보다 ADR이 최대 52% 비싸게 거래되면서다. 시장에서는 오는 29일 본주와 ADR 간 상호전환이 시작되면 가격 격차가 줄고 수급에 눌린 본주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24% 오른 18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4일 8%대 하락 후 소폭 반등했지만 미국 시장의 가격 수준이 여전히 크게 달랐다. SK하이닉스 ADR은 지난 10일 공모가 149달러로 거래를 시작한 뒤 본주 대비 프리미엄이 한때 최대 52%까지 치솟았다. 24일(현지 시간) 미 나스닥에서 SK하이닉스 미국예탁주식(ADS)은 154.57달러에 마감했다. 이를 원화로 환산한 본주 1주 가격은 약 225만6,000원으로 국내 본주 종가보다 약 50만 원 가까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러한 가격 괴리에 "ADR 프리미엄은 인공지능, AI 거래 과열의 또 다른 신호"라며 "일어나선 안 될 일"이라고 경고했다. 제임스 매킨토시 WSJ 선임 시장 칼럼니스트는 "SK하이닉스 한국 상장 주식 대비 엄청나게 형성된 ADR의 프리미엄은 시장에선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AI 관련 주의 투자 열기에 따른 높은 수요에 비해 SK하이닉스 ADR의 공급이 제한적이란 점을 프리미엄 형성의 원인으로 꼽았다. 값싼 본주를 사서 ADR로 전환한 뒤 비싸게 파는 차익거래가 가능하다면 가격 격차가 유지될 수 없지만, 규제 탓에 현실적으로 차익거래 실행이 어려운 환경이 높은 프리미엄을 형성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 본주와 ADR 간 가격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상호전환은 29일 이후 가능해질 전망이다. 상호전환이 가능해지면 양국 시장 간 주가 격차를 활용한 차익거래가 가능해진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날부터 SK하이닉스 본주와 ADR 간 상호전환 신청을 받는다. 투자자와 주식예탁증서(DR) 예탁기관인 씨티은행의 신청을 받아 발행 한도와 전환 비율 등을 확인한 뒤 전환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시장에서 SK하이닉스 본주를 매수한 뒤 이를 ADR로 전환해 미국 시장에서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노릴 수 있다. 시장에서는 상호전환이 가능해지면 ADR의 프리미엄이 축소되고 본주와의 가격 격차가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본주를 ADR로 전환해 미국 시장에서 매도하는 차익거래가 가능해지면 한쪽으로 몰렸던 수급이 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본주와 ADR 간 상호 전환이 가능해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격 차이가 축소될 가능성 또한 제기된다. 현재처럼 ADR 프리미엄이 전환 비용보다 높으면 국내 본주에 매수 수요가 유입되고 미국 시장의 ADR 공급도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프리미엄이 단기간에 꺼지기보다 점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직후 약 3% 수준 프리미엄에서 시작해 미국 투자자의 높은 접근성 수요와 제한된 유통물량 영향으로 단기간 52%까지 확대됐다"며 "현재는 33.2% 수준으로 낮아져 상장 초기 초과 프리미엄은 일부 해소됐지만 여전히 역사적으로 높은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29일 상호전환 절차 개시만으로 프리미엄이 즉시 축소된다고 단정되기는 어렵다"면서도 "TSMC가 과거 높은 ADR 프리미엄 이후 본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사례를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본주 상승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