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신도 전시"…'인체의 신비전' 해부학자 별세

입력 2026-07-27 21:01


방부 처리한 시신을 전 세계에 전시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독일 해부학자 군터 폰하겐스가 8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7일(현지시간) dpa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1945년 폴란드에서 군터 리프헨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그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977년 '플라스티네이션'으로 불리는 시신 보존 기법을 개발했다. 시신 내부의 수분과 지방을 뺀 뒤 실리콘과 에폭시 등 경화성 플라스틱으로 채워 부패를 막는 방식이다. 1992년 이 기법으로 인체 전신을 보존하는 데 성공한 그는 '바디 월드' 전시를 시작해 42개국에서 5,000만명 넘는 관람객을 모았다. 한국에서도 2002년 '인체의 신비'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려 약 170만명이 다녀갔다.

하지만 그의 인체 표본 전시는 시신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라는 비판에 끊임없이 시달렸다. 2000년대 초반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긴 뒤에는 중국인 사형수의 시신으로 표본을 만든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일부 국가에서는 전시가 금지됐다. 폰하겐스는 생전 연구용 기증을 약속한 사망자의 시신만 쓴다고 밝혔으며, 그가 설립한 플라스티네이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 2만2,630명이 시신 기증을 약속했다.

그는 논란을 오히려 자신의 목표로 여겼다. 2002년 영국 런던의 한 갤러리에서 일반인 약 5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남성 시신을 공개 부검했는데, 이 장면이 한밤중 TV로 방영되자 경찰에 약 30건의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 폰하겐스는 생전 언론 인터뷰에서 "논란은 내 작업이 사람들을 움직이고 토론을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다. 바로 그게 처음부터 내 목표였다"고 말했다.

폰하겐스는 2008년부터 파킨슨병을 앓았고, 전시 기획은 두 번째 부인 안젤리나 월리가 이어받았다. 그는 2008년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기로 하면서 관람객에게 악수를 청하는 자세의 표본으로 제작해 폴란드와의 접경도시 구벤 전시관 입구에 놓아달라고 요청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