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한국의 원유 수입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들여온 원유 물량은 줄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금액은 20% 이상 증가했고, 최근 홍해까지 긴장이 확산하면서 에너지 가격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3~6월 한국의 원유(MTI 1310 기준) 수입액은 302억3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49억7천만달러보다 21.1%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유 수입량은 지난해 4천510만톤(t)에서 올해 3천850만톤t으로 14.7% 감소했다. 수입 물량은 줄었지만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중동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국제유가가 치솟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감소했지만, 올해 수입 물량만 놓고 보면 4월 846만t에서 5월 970만t, 6월 988만t으로 점차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산업통상부는 7∼8월 원유를 전년 평균 대비 110% 이상, 9월은 90% 이상 확보해 현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긴장이 확대되면서 공급망 불안과 가격 상승 우려는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 23일 배럴당 100.69달러를 기록하며 5월 22일(103.54달러)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100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까지 통항이 제한될 경우 수에즈 운하 등 대체 항로를 이용해야 해 운송 기간과 물류 비용이 함께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은 홍해 상황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있지만,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120∼130달러, 최대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에즈 운하를 이용할 경우 원유 운송 기간은 약 30일 늘어나고, 전쟁위험 보험료와 아프리카 항로 운임 상승도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 중 아직 수에즈 항로 우회를 최종 결정한 곳은 없지만 일부 업체는 해당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제유가와 원유 도입단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생산비와 물류비 부담이 확대돼 국내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산업연구원은 '미국·이란 종전 이후 호르무즈 리스크와 한국 산업 영향 및 대응 방향'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전 산업 생산비가 3.73%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우회로를 활용해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량 부족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커진다"며 "정부가 우회·대체 물량 확보를 위한 기존의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원유 가격뿐 아니라 운송, 보험 등 전반에 대해 모니터링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